농림수산식품부를 얘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말 중의 하나가 '배려'다. 장관을 포함한 상층부 인사가 있을 때면 인사권자들이 권력의 핵심에서 배제된 집단을 챙겨주기 위해 가장 먼저 눈을 돌리는 곳이 농식품부다. 그래서일까. 전통적으로 농식품부는 호남색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때 1차 산업을 꺼리는 문화로 인해 인력풀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젊은 피에게는 기회의 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가장 큰 변신을 꾀하는 부처가 되고 있다. 우선 부처의 분위기 자체가과거에 농축수산 등 1차 산업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2008년 보건복지부의 식품산업진흥정책과 해양수산부의 어업수산정책 등을 가져오면서 2ㆍ3차 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인맥의 분포도 또한 달라지고 있다.
◇호남 출신 장관 득세, 내부 승진은 드물어=전통적으로 농식품부 장관은 지역안배 차원에서 호남 출신들이 주를 이뤘다. 김영삼 정부 때는 허신행(전남 승주), 김양배(전남 곡성), 최인기(전남 나주), 강운태(전남 화순), 정시채(전남 진도), 이효계(전남 여수)씨로 이어지며 5년 내내 농림수산부(96년 농림부로 명칭 변경) 장관이 호남 출신이었고, 노태우 정부 때는 농림수산부 장관 다섯 명 가운데 세 명이 호남 출신이었다. 이번 정권에서도 정운천(전남 해남) 전 장관과 장태평(전남 무안) 전 장관이 호남맨이다.
지역안배가 강조되다 보니 내부 승진 케이스가 드문 점은 농식품부의 아픔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최근 정치권에서 들어온 유정복 장관까지 10명의 장관 중 김동태 장관만이 유일하게 정통 농식품부 관료 출신이다.
◇호남ㆍTK 양대축으로=농식품부 인맥은 호남과 TK(대구ㆍ경북)가 양대 산맥을 이룬다.
현재 농식품부에서는 정승(전남 완도) 2차관과 박현출(전남 목포) 식품산업정책실장, 김종훈(전북 진안) 식량원예정책관 등이 호남 출신 관료다. 정 차관은 업무에 대한 열정과 소신이 뛰어나 항상 앞서 나갔고 윗사람의 두둑한 신임을 받았다. 박 실장은 조직 내·외부 의견을 수렴해 정책 방향을 정한 뒤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불도저 스타일이다.
김재수(경북 영양) 1차관, 양태선 기획조정실장(경북 상주), 배종하(경북)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등은 TK 출신 주요 인사다. 김 차관은 시야가 넓은데다 아이디어가 많다. 지난해 1월 농촌진흥청장으로 부임해 폐지위기에 처했던 농진청을 지난해 중앙행정기관 업무평가 1위 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양 실장은 육군사관학교 출신답게 성격이 활발하고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젊은 피, 기수파괴 나선다=농식품부는 타 부처에서는 과장급인 행정고시 36~37회 기수가 국장에 승진할 정도로 서열파괴가 과감히 이뤄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파격인사 뒤에는 인력수급구조가 어려운 고충도 있다. 1차 산업 중심에 알짜 산하기관도 없는 부처 특성상 고시 출신들이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해수부가 분리되는 과정에서도 상당수가 국토해양부를 택해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로 인해 수산정책실은 인력풀이 제한적이다.
기수파괴의 선두주자는 김종훈(행시 36회) 식량원예정책관과 이주명(행시 37회) 기획조정관이다. 김 국장은 지난해 승진한 뒤 녹색성장정책관, 대변인, 식량원예정책관 등 주요 현안들을 두루 맡았다. 이 국장은 꼼꼼한 성격으로 예산, 기획조정 등 부처의 안살림을 챙기고 있다.
이 외에도 김인중 기획재정담당관, 민연태 식량정책과장, 배호열 소비안전정책과장, 남태헌 농업금융정책과장 등 37회 기수가 주요 정책과장 자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