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철회권고 받은 公正法 개정안

규제개혁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사업자 가격규제 강화 방침에 대해 철회권고 결정을 내렸다. 시장원리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현 시점에서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규개위의 결정은 합리적이며 옳은 것이다. 공정위의 가격규제 강화 방침은 재정경제부 등 정부 내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데서 보듯 무리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상품 가격이나 용역 대가를 수급상황이나 원가 변동에 비해 현저하게 올리거나 근소하게 내려 폭리를 취하는 때만 제재를 가하도록 돼 있다. 공정위는 여기에 더해 상품 가격이나 용역 대가가 원가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경우까지도 제재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원가와 제품가의 절대적 차이를 규제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이익과 공정한 경쟁을 촉진한다는 취지로 언뜻 보면 그럴 듯하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혁신과 창의적 경영활동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조치다. 예컨대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생산성 향상, 투자확대 등으로 원가를 절감해 이익을 많이 남겨도 가격남용행위가 돼 처벌대상이 된다. 그러면 기업의 기술개발ㆍ경영혁신 욕구가 생길 리 없다. 결국 기업활동은 위축되고 이는 국가경제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게 뻔하다. 이런 폐해 때문에 반대 의견이 거세자 공정위는 기술혁신ㆍ경영혁신 등을 통한 비용절감으로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는 적용을 배제하기로 하는 예외조항을 두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혁신의 개념이 명쾌하지 않아 공정위의 자의적 해석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회사의 이미지 개선이 원가절감으로 이어졌을 경우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이 경영혁신에 해당되는지 모호한 게 그런 경우다. 규개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개별행위를 벌하기 앞서 진입규제 철폐 등으로 독과점 시장이 생기는 구조적인 요인부터 치유하라는 의견을 공정위에 제시했다. 직접적인 규제와 처벌보다 경쟁을 촉진하는 여건 조성에 노력하라는 것이다. 공정위가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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