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8월2일 미국 정부의 채무소진 기한을 앞두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컨티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가동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세계경제동향 점검'을 주제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95차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우리는 대외의존도가 큰 나라이기 때문에 항상 고개를 들고 멀리 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개 숙이고 아래만 보면 방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지적은 미국의 채무한도소진 시한이 다음달 2일로 다가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으며 우리 금융시장도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는 미국ㆍ유럽ㆍ중국ㆍ일본 등 4개 해외 경제영역에 대한 점검과 함께 토론으로 이어졌다. 토론과정에서 참석자들은 미국의 채무한도 증액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우리 경제가 미국의 디폴트 리스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겠지만 과거와 달리 대외 리스크에 내성을 가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국책연구원 고위관계자는 "미국의 부채 문제는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한 상황이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경제부처들은 일단 미국발 리스크에 대비해 컨티전시 플랜을 가동한 상태다. 달러 디폴트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일대 혼란에 빠뜨릴 것이고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가속화시키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외화유동성의 고삐를 죈 것도 유럽은 물론 미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대비한 것"이라며 "냉정하게 시장을 바라보며 위기에 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회의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참석자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내부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많지만 한 걸음 물러서 세계와 비교하면 잘하는 것도 있고 미래에 대해 대비도 하고 있다는 희망을 국민에게 줄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는 할 수 있는 나라, 저력 있는 나라인 만큼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미래지향적이 되지 못하고 현실에만 몰입하지는 말자"면서 "옛날 어려웠던 시절에도 희망을 갖고 살았다. 안과 밖을 균형되게 보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