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다보스포럼 뜨겁게 달군 저유가 논쟁

"투자감소로 200달러까지 급등" vs "유가 거품 꺼진 것 뿐"

"원유시장 불확실성 커졌다"

석유메이저 시장 개입 촉구에 "시간 걸려도 스스로 균형 회복"

OPEC 감산 가능성 일축


최근 6개월 사이 반 토막 난 국제유가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제45차 연차총회(다보스포럼)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 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은 저유가 현상이 3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과 투자위축으로 공급이 줄어 배럴당 200달러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 등을 내놓으면서 감산을 둘러싸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21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에서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은 유가가 지난해 6월 이후 50% 이상 폭락하며 전 세계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이구동성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감산 등 시장개입을 촉구했다. 영국 BBC 방송은 국제유가가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배럴당 110달러선에서 안정돼 있었으나 감산실패로 최근 6개월 사이 반 토막 났다면서 공급조절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정서라고 전했다.


로버트 더들리 BP 최고경영자(CEO)는 BBC에 "이대로라면 저유가 국면이 최대 3년은 갈 것"이라며 "석유업계의 투자가 위축돼 고용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노르웨이ㆍ러시아ㆍ베네수엘라ㆍ나이지리아ㆍ스코틀랜드 등 주요 산유국들이 저유가로 고통받을 것으로 보이며 BP 역시 저유가에 맞춘 투자계획 축소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관련기사



반면 이탈리아 석유업체 Eni의 클라우디오 데스칼치 CEO는 저유가에 따른 원유공급 부족으로 4~5년 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석유업계 투자가 10~1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OPEC은 원유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는 중앙은행과 같다"며 감산을 촉구했다. 프랑스 석유 메이저 토탈의 파트리크 푸야네 CEO도 저유가로 인한 투자위축을 우려하며 데스칼치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는 "원유 생산량의 자연감소분을 메우려면 신규 투자가 꾸준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탈은 북해유전과 미국 셰일오일 등의 투자규모를 지난해 260억달러에서 10% 줄이기로 했다. 앞서 BP와 코노코필립스·BHP빌리턴도 원유 관련 투자축소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저유가 국면을 주도하고 있는 OPEC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 측은 원유 시장이 스스로 안정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포럼에 참석한 압둘라 알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OPEC의 원유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한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지난해 11월 OPEC이 감산을 결정했으면 그 후에도 추가로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며 그 사이 OPEC 비회원국들이 증산을 통해 OPEC을 대체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가는 반등할 것이다. 살면서 서너 번은 겪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알바드리 사무총장은 산유량 동결이 경제적 이유로 결정된 것이라면서 미국의 셰일오일을 겨냥한 유가전쟁이라는 분석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셰일오일과 브라질 심해유전 등 경쟁자들을 겨냥해 "생산비가 적게 드는 원유부터 생산한 뒤 고비용 원유를 생산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우디 국영 석유업체 사우디아람코의 칼리드 알팔리 CEO는 한발 더 나아가 그간 유가에 거품이 끼여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몇년간 국제유가가 중동 등 지정학적 우려를 이용한 투기자본에 의해 부풀려졌다"며 "이에 따른 거품이 지난해 꺼진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알팔리는 "시일이 좀 걸리더라도 원유 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찾을 것"이라면서 감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