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완연한 약세국면을 나타내고 있다.첨단기술주의 나스닥지수는 5주 연속 하락(주간기준)했고, 블루칩의 다우지수는 지난주에 소폭 상승으로 마감했지만 연초대비로는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블루칩과 첨단기술주를 골고루 반영하고 있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가 지난해 3월24일의 최고점대비 20%이상 떨어져 뉴욕 증시 전체적으로 볼 때 약세국면에 들어섰다는 게 분석가들의 진단이다. 월가에서는 최고점대비 20%이상 하락했을 때 약세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한다.
지난 주 뉴욕 증시는 급격한 경기둔화를 보여주는 경제지표에 시달리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마저 월가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바람에 맥 없이 주저앉았다.
소비자신뢰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이 줄이어 발표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린스펀 의장은 의회증언에서 미국 경제가 아직은 위험한 상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같은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은 오는 3월20일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이전에 임시회의를 통해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월가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으로 전격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판단한 월가 투자자들은 투매양상까지 나타냈다.
이에 따라 지난 주 나스닥지수는 6.4%나 폭락하면서 2,117로 가라앉았다. 지난 98년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 들어서만 14.3%나 하락했으며 올해 최고점이었던 지난 1월24일에 비해서는 25.9%나 떨어졌다. 나스닥사상 최고점이었던 지난 해 3월과 비교하면 무려 59%나 폭락한 상태다.
다우지수는 지난 주에 심한 등락을 거듭한 끝에 0.2% 상승으로 마감됐다. 다우지수는 연초대비 3% 하락했다. S&P 500 지수 역시 지난 주에 0.9% 하락했다.
뉴욕 증시는 지난 주에 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다우지수가 장중에 150포인트가까이 하락했다가 다시 130포인트가량 상승하는 등 하루에 3% 이상의 등락을 거듭했고, 나스닥지수는 5%의 등락까지 기록했다.
이 같은 뉴욕 증시의 불안정은 미국 경제의 불투명한 장래와 FRB의 금리인하 여부에 대한 기대감이 엇갈린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뉴욕 증시, 특히 나스닥시장이 워낙 큰 폭으로 하락하다보니 이제 거의 바닥에 접근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조금씩 대두되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반기의 급격한 경기둔화와 부진한 기업실적을 거의 다 반영할 정도로 많이 떨어졌다는 시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제 매수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 이틀 연속 초반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후반에 나스닥의 하락폭이 줄어들고 다우지수는 상승세로 돌아섰던 게 이 같은 기대감에 힘입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아직도 비관론을 펼치는 전문가들이 더 많은 편이다. 지난해 3ㆍ4분기부터 시작된 경기둔화세가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recession)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한 것이다.
회니히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바버라는 "주요 경제지표들의 내용을 살펴볼 때 경기 침체국면에 이미 들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윌리엄스 캐피털그룹의 윌리엄 로즈도 상반기중에 주가상승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동의하고 있다. 기업실적이 다시 좋아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전에는 주가 회복이 어렵고, 빨라야 3ㆍ4분기중에나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는 게 로즈의 주장이다.
더구나 월가의 가장 큰 희망인 금리인하는 오는 3월20일의 정례 FOMC에서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당분간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주 두차례에 걸친 의회증언에서 임시회의를 통한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주 뉴욕 증시에는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상태를 벗어나게 만들만한 특별한 이슈도 없다. 경제지표로는 9일(금)에 발표될 2월중 고용동향이 관심사다.
1월에 4.2%에 달했던 실업률이 2월에도 여전히 4.2%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측대로라면 시장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5일(월)에는 전국구매관리자협회(NAPM)의 비제조업지수가 발표되고 6일(화)에 4ㆍ4분기 생산성, 1월중 공장주문동향이, 7일(수)에 소비자부채(1월)가 발표된다.
기업실적도 이번 주에는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할 것 같다. K마트, 타깃, 스테이플스 등 주로 유통업체들의 실적 발표가 집중되어 있고, 내셔널반도체, 레드햇 정도가 나스닥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실적의 경우 S&P 500 기업의 수익이 1ㆍ4분기에 전분기대비 4.3% 줄어들고, 2ㆍ4분기에도 2.2% 낮아질 것이라는 게 퍼스트콜의 전망이다. 또 올 들어 기대이하의 실적을 발표한 기업이 59%에 이르는 상황이다. 주가의 최대 척도인 기업실적이 당분간 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