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자문형 랩(Wrap)처럼 소수종목에 집중하는 압축펀드의 출시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압축펀드는 10~30여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로 100여개 안팎의 종목을 담는 일반 펀드보다 단기에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최근 조정 장세 이후의 반등을 감안한다면 미리 투자를 해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펀드는 시장의 변동성에 매우 취약하다는 치명적 약점도 갖고 있다. '양날의 칼'을 갖고 있단 얘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해당 펀드의 종목 선정방식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압축펀드 판매 가속도… 은행, 판촉ㆍ전담 운용팀도 신설= 지난 8일부터 하나은행은 10~30여개 내외의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 펀드 5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자산 안정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은행 업계에서 위험성이 높다고 인식되는 압축 펀드에 대한 대대적인 판촉에 나선 것이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압축펀드를 전담할 인력을 새로 영입해 전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 3일 한상수 전 마이에셋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을 영입해 압축펀드 및 테마펀드 부문을 담당하는 팀의 수장으로 맡기고 해당팀도 본부급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랩 상품 인기에 편승해 펀드의 랩 따라하기 열풍이 조정장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확산 추세에 있는 것이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문이 열려 있는 랩 상품과 달리 압축펀드는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최근 조정 이후의 반등을 겨냥해 미리 투자해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ㆍ4분기 이후 중동 문제가 진정되고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도 안정을 찾을 것을 감안, 조정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 팀장은 "최근처럼 주식 시장 조정으로 가격 메리트가 부각될 경우 향후 반등시 보다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압축 펀드가 유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펀드 고유 전략 보다 꼼꼼히 챙겨야= 하지만 압축펀드는 소수의 종목으로만 운용돼 시장 변동성에 쉽게 노출된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조정 폭이 깊어질 경우 해당 펀드의 수익률이 더욱 악화될 수 있고, 이는 펀드의 또 다른 불신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압축펀드는 투자자들에게 선택의 다양성을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유용하지만 결국 높은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수익률의 등락폭이 심한 만큼 펀드의 포트폴리오 구성 기준 등을 보다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국내에 출시된 압축 펀드는 높은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주가 안정성이 높은 국내 우량주를 담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10월 삼성밸류2펀드에서 이름을 바꾼 뒤 압축 펀드로 스타일도 바꾼 삼성코리아소수정예펀드가 대표적인 예다. 이 펀드는 향후 한국 시장을 이끌어갈 종목을 선별해 25개 안팎의 대표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지난해 9월 출시된 KB코리아 엘리트20 펀드 역시 우량주에 집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도 GS골드스코프와 산은2020ㆍIBK집중선택20 등도 우량주 중심의 압축 펀드로 꼽힌다. 특정 테마에 따라 종목 선정에 나서는 압축 펀드들도 있다. LS장수기업포커스펀드는 '오래된 기업일수록 경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꾸준한 수익을 낸다'는 전제 하에 30년 이상의 장수 기업에 포커스를 맞춘다. 키움승부펀드도 경기 순환 국면 별 수혜주나 인수ㆍ합병(M&A), 신성장 동력 이슈 등 테마가 있는 종목으로 압축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외국계 운용사들의 경우 세계적인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강조한다. 자신들의 최대 강점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펀드와 프랭클린템플턴뉴셀렉션펀드가 대표적인 상품들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형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안정성을 높이는 압축 펀드를 최근 출시했다. 14일까지 판매된 한국투자압축포트폴리오 프리미어 목표전환형 펀드는 20개 내외의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되 특정한 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형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