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산가족 2차 상봉단은 24일 개별상봉과 공동 중식, 단체상봉 등 세 차례에 걸쳐 이틀째 만남을 이어갔다. 첫날의 어색함은 눈 녹듯 사라졌지만 하루만 지나면 또 생이별을 해야 하는 운명에 이산가족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금강산호텔 남측 숙소에서 오전9시를 조금 넘어 시작된 개별상봉은 비공개로 진행돼 남북의 가족이 오랜만에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북측 오빠 전영의(84)씨는 남측 동생 경숙(81)씨와 영자씨가 준비한 선물 공세에 대뜸 "너희가 아무리 잘 산다 해도 이게 뭐냐"며 야단을 쳤다. 영의씨의 북측 아들이 "그만하시라요"라며 아버지를 말리자 두 동생은 "오빠 한 번 만나보려고 기다렸는데 우리가 가진 것 다 드려도 부족한데"라며 오열했다. 경숙씨는 개별상봉 후 이 같은 사연을 취재진에 전하며 "오빠가 그렇게 말씀하셔야 하는 현실이, 우리가 헤어진 시간이 서럽고 비참해 눈물이 난다"고 울었다. 경숙씨와 영자씨는 공동 중식 장소에서 다시 만난 오빠 품에 얼굴을 파묻고 또 울었다.
전날 60년 만에 북측 아버지를 만난 남궁봉자씨는 1인당 선물 한도인 30㎏을 꽉 채운 가방을 보여주며 "살 수 있는 것은 다 사 왔다. 아버지 평생 입으실 옷, 신발과 영양제, 감기약 등을 준비했다"고 밝혔지만 개별상봉 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충남 서천에서 태어난 아버지 남궁렬(87)씨가 "고향 쌀이 맛있다"고 한 말을 떠올리며 "그 생각을 못했다"라며 가슴을 쳤다.
북측 형 리종성(84)씨를 만난 남측 동생 이종신(74)씨는 금강산호텔의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엘리베이터 운행이 지체되자 "그냥 걸어가시죠"라는 북측 안내원 권유에 별말 없이 뒤따르는 형의 뒷모습에 눈물을 훔쳤다. 종신씨는 "형님을 내가 업어서 내려가게만 해주면 할 수 있는 데 그렇게 할 수 없어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흐느꼈다.
남측 상봉단에 포함된 이연숙(79)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도 6·25 때 시립간호고등학교 재학 중 인민군에 끌려간 언니 리임순(82)씨를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 전 의원은 언니가 체제 선전만 해 분위기가 딱딱해질 줄 알았는데 마음을 터놓고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며 "우리가 생각한 북한과는 다르더라"고 전했다. 그는 "(지나간) 세월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언니와의 얘기가 재미있었다"며 "북한이 생각보다 개방적이고 국제화된 것 같아 남북이 옛 동·서독처럼 교류를 통해 통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측 상봉 신청자 88명과 남측 가족 357명은 25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1시간의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3일의 짧은 여정을 마감하고 기약할 수 없는 이별의 길로 돌아간다.
/금강산=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