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주영회장 방북결산.. 김정일면담 의미와 전망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2차방북 최대 성과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계기로 일단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경협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으로 압축된다.또 무장간첩 침투와 미사일 발사에 따라 북한이 예상과는 달리 김정일 1인독재의 폐쇄국가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우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껏 여러차례나 시행착오를 겪어왔듯이 「정경분리」원칙에 따른 남북경협 정책이 이번 鄭회장 방북을 계기로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을 지는 아직 좀 더 두고 볼 일이라는 신중론도 적지않다. 이번 鄭명예회장 방북에서 보인 북한의 태도는 매우 전향적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鄭회장 방북 요구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수용했으며 금강산 관광및 독점개발에 대해 사전계약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용순(金容淳)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金국방위원장과 鄭회장과의 면담을 주선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으며, 북한당국은 鄭회장에 대해 극진한 대접을 함으로써 북한당국의 남북경협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金위원장은 鄭회장이 제기한 남북원유공동개발과 금강산관광·개발사업에 대해 합의, 협조를 약속하고 다른 남북경협 사업구상에 대해 『남북에 도움이 되는 일은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하고 『길을 텄으니 자주 오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지난 28일 鄭회장과의 면담에서 『우리 공화국은 민간급에서 진행하는 금강산 관광사업과 여러 분야의 경제협력이 잘 되도록 깊은 관심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통일연구원등 북한전문가들은 『북한당국이 기존의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 외에 여러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 합영·합작기업 외에 100% 외자기업 유치나 주식회사 등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이번 면담으로 북한은 더 많은 외자유치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고있다. 현대를 비롯, 한민족인 남한 기업들의 대북투자가 늘어날때 다른 외국기업들도 대북투자의 경계심을 버리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조만간 본격적인 남북 민간경제협력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남북 이산가족상봉과 남북당국자간 회담, 남북 최고지도자 회담 성사가능성도 한결 높아졌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현대가 추진중인 각종 대북경협사업 프로젝트가 비록 민간차원의 경협사업이지만 어떤 형태로는 남북 당국의 연계나 협조가 전제될 수 밖에 없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 역시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대부분 「鄭-金면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통일부 등 통일·안보팀은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상당한 힘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다소 이른감이 없지않지만 미국과 일본의 대북 강경분위기도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청와대측은 『전적으로 비지니스 차원』이라고 지나친 기대를 우려했으나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1일 鄭-金 면담에 대해 『만남 자체가 대단하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청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여야 정치권도 이번 방북과 면담을 계기로 남북교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하는 입장이다.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鄭회장의 金국방위원장 면담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뒤 『이번 면담을 계기로 남북한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인적교류도 활성화하길 크게 바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면서 당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금강산관광 반대」당론과는 달리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반면 북측이 내세운 주장이나 의도를 미리 액면 그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통일부 황하수(黃河守) 교류협력국장은 『공고한 바탕위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하는 의미는 있지만 남북관계 전반에 폭넓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성급하다』고 밝혔다. 또다른 대북 경제전문가는 『김정일 체제가 현대를 통해 시험 케이스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진정한 정경분리원칙과 시장원리 실현은 좀더 지켜보아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북측이 현대와의 경협을 철저히 「민간급」으로 설명하고 있고 정치적인 메시지 전달에 대해 현대측이 전면부인하고 있는 만큼 金국방위원장이 남북 당국간 만남에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에서 상황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덕수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