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 & Story] 김종우 디아지오코리아 사장

"삼겹살에 소주잔 기울이며 직원들과 스킨십 늘렸죠"<br>수평적 기업 문화·팀워크 강조 위계질서 타파 나서<br>부임 3년만에 위스키 시장 점유율 10%P 끌어올려<br>시각 장애인용 오디오북 제작등 사회공헌활동 활발



SetSectionName(); [CEO & Story] 김종우 디아지오코리아 사장 "삼겹살에 소주잔 기울이며 직원들과 스킨십 늘렸죠"수평적 기업 문화·팀워크 강조 위계질서 타파 나서부임 3년만에 위스키 시장 점유율 10%P 끌어올려시각 장애인용 오디오북 제작등 사회공헌활동 활발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처음 회사에 왔을 때 직원들이 얘기를 별로 하지 않아 놀랐습니다. 지점을 방문해 질의응답을 해도 거의 말이 없더군요. 하지만 아무 말 안 하던 직원들이 공식적인 자리가 끝나고 나서 자기들끼리 담배를 피우며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는 이런 문화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김종우(49ㆍ사진) 디아지오코리아 사장은 평소 '수평적 기업문화'와 '팀워크'를 강조한다. 필립모리스의 해외 현지법인에서 14년간 근무한 뒤 디아지오코리아로 자리를 옮긴 김 사장에게 위계질서가 엄격한 한국의 기업문화는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두 회사 모두 글로벌 기업이지만 해외근무와 한국근무에는 차이가 있었다. 더구나 두산씨그램이 전신인 디아지오코리아에는 위계질서를 중시하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의사표시를 자제하는 한국 대기업의 문화가 남아 있었다. 이에 김 사장은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늘리며 수평적 기업문화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호프데이를 만들고 한 달에 한번 사무실에 있는 바에서 직원들과 맥주ㆍ칵테일ㆍ와인 등을 마시며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저녁마다 5~10명 정도의 직원들과 함께 삼겹살에 소주잔을 기울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지점도 순회했다. 김 사장은 특히 지점을 방문할 때 가급적 외국인 임원들과 동행했다. 외국인 임원들에게 실제 영업일선에 대한 지식을 심어주는 한편 직원들에게는 평소 보기 힘든 임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모두 그가 항상 강조하는 '하나된 디아지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김 사장은 "전체 직원이 자기 의견을 거리낌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래야 여러 의견을 취합해 최고의 정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를 거쳐 세계 최대 주류회사인 디아지오에서 근무하게 된 경력도 흥미롭다. 필립모리스 대만지부 대표로 있던 김 사장을 디아지오로 영입한 인물은 고(故) 송덕영 전 디아지오코리아 회장. 송 전 회장과 김 사장은 필립모리스에서 20년 가까이 같이 근무한 사이다. 당시 송 전 회장은 디아지오코리아의 턴어라운드 작업을 진행하며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김 사장도 필립모리스에서 상사이자 멘토로 모셨던 송 전 회장의 부름에 기꺼이 응했다. 하지만 오랜 해외근무를 마치고 디아지오코리아로 오면서 김 사장은 걱정이 앞섰다. 초등학교 졸업 후 1년간 국내 대학(연세대)을 다니고 군복무를 한 것을 빼면 거의 해외에서 지내 한국에 연고가 없는데다 한국 직원들이 그를 리더로 받아들여줄지도 걱정됐다. 설상가상으로 부임 초기 시련도 닥쳤다. 디아지오코리아가 무자료거래 혐의로 지난 2007년 6월부터 8개월간 주류 수입면허를 취소당한데다 송 전 회장마저 별세한 것. 송 전 회장 후임으로 디아지오코리아 신임 대표에 선임된 김 사장은 영업이 정지된 8개월 동안 조직 재정비 차원에서 직원교육을 강화했다. 그리고 사회봉사활동에 몰두하며 기업 이미지 개선에 힘썼다. 2008년 3월 면허를 새로 취득하고 영업을 재개하자 디아지오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눈에 띄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2007년 말 32%선이던 디아지오코리아의 국내 위스키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40%로 김 사장 부임 이후 3년간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그는 "모든 직원들이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똘똘 뭉쳐 이룬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 사장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사내 봉사단체인 '마음과 마음'을 발족시키고 전직원이 돌아가며 매주 금요일 조손가정에 반찬과 빵을 만들어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김 사장이 직접 제빵 봉사활동에 참여해 빵을 만들고 이를 직원들과 함께 사내판매해 그 수익금으로 봉사관에 제빵용 반죽기를 기증하기도 했다. 또 디아지오코리아에는 일반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을 만들기 위한 사내 스튜디오도 있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시간 날 때마다 책을 녹음해 CD로 만들어 시각장애인들에게 제공한다. 그는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이 계기가 돼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회사 실적도 좋아진 것 같다"고 소개했다. 2월에는 총 5억원의 '조니워커킵워킹펀드'를 조성해 여자복싱팀 감독,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꾸는 회사원 등 5명의 일반인에게 도전자금 1억원씩을 지원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킵워킹펀드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자신의 꿈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매년 킵워킹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가정적인 CEO로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필립모리스를 떠나 디아지오코리아로 오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도 부모님과 함께 있고 싶어서였다. 그는 "10년 넘게 부모님과 떨어져 해외에서 근무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려 한국행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이 글로벌 감각을 갖춘 외국계 기업 CEO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외교관이었던 아버지의 공이 컸다. 핀란드 대사 등 외교관으로 활동하다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동근 전 의원이 김 사장의 부친이다. 아버지를 따라 외국생활을 시작한 김 사장은 영국에서 중고등학교,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하고 씨티은행ㆍ필립모리스 등 외국계 기업에서 주로 근무했다. 김 사장은 "아버지는 항상 '나라가 있고 개인이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정직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며 "지금은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가르침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우 사장 약력 ▦1961년 서울 ▦1980년 연세대 경영학과 입학 ▦1984년 미국 뉴욕대 졸업 ▦1986년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 경영학석사 ▦1986년 씨티은행 입사 ▦2005년 필립모리스 대만지부 대표이사 ▦2006년 디아지오 아시아퍼시픽 영업총괄 사장 ▦2007년 디아지오코리아 대표이사 ▦2009년 디아지오 북아시아 대표이사(한국ㆍ일본 총괄) "올 위스키 시장 회복세… 전통주 시장도 눈독" 김종우 디아지오코리아 사장은 올해 국내 위스키시장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위스키시장이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것 같다"며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매출이 5% 정도 성장했다"고 말했다. 국내시장도 동반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예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한 것 같다는 게 김 사장의 판단이다. 김 사장은 또 최근 막걸리 열풍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기회가 온다면 전통주 시장에 진출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막걸리 열풍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며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가 관건인데 현재로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막걸리 열풍을 이어가려면 철저한 품질관리와 함께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소비자와 이야기할 수 있는 제품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새 브랜드의 전통주 제품을 내놓는 것은 물론 중국 '수이징팡(水井坊)'의 경우처럼 기존 업체 인수까지 고려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디아지오 본사는 최근 중국의 대표적 바이주(白酒) 업체인 수이징팡을 인수했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은 '윈저'를 아시아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중국ㆍ일본ㆍ싱가포르 등 주요 아시아시장 및 면세점에 윈저를 선보였으며 특히 중국에서는 지난해 '윈저XR'을 출시한 후 판매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편 김 사장의 주량은 양주 반 병 정도로 '윈저'와 '조니워커 블랙'을 특히 좋아한다. 주로 온더락으로 즐기지만 분위기를 잘 맞추는 스타일이라 경우에 따라서는 폭탄주도 마다하지 않는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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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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