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옭아맬 수 있는 법안으로 생각해 차일피일 미루면서 오는 14일 끝나는 임시국회 처리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김영란법 원안의 핵심은 공직자와 그 가족이 100만원 이상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상관없이 형사처벌하는 것인데 국회의원들도 다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정청탁의 개념과 처벌 가족의 범위 등을 놓고 갑론을박만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공직자 범주에 사립학교 교원과 민간 언론사 기자들도 포함시키기로 하는 등 좌충우돌하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낸 수정법안처럼 직무 관련성 없이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을 면제하거나 부정청탁의 개념이나 처벌 대상을 완화·축소하고 예외 사유도 늘리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정부 수정안에서는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의 의무신고도 임의신고로 변경됐다.
국회 정무위 소속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은 "아직 정무위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해 12일 본회의 처리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1년 동안 충분히 논의하면 올해 통과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논의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인 공직자 범주에 사립학교 교원, 기자도 포함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무위 소속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은 "(김영란법 원안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정부안대로 수정하는 식으로라면 이번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대폭 후퇴할 경우 공직자 부패 사슬을 끊자는 원안의 당초 취지가 크게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부패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던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에 대한 열망이 컸으나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함께 정치권은 지난해 11월 유병언법(범죄수익 은닉규제 및 처벌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으나 정작 유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그의 차명 은닉재산은 몰수할 수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