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제 104회 US오픈에서 우승한 레티프 구센의 별명은 ‘아이스(Ice) 맨’ 또는 ‘골프계 뱀파이어(Vampire)’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는 차가운 사람이기 때문.
그는 타이거 우즈처럼 포효하지도, 필 미켈슨처럼 땅 꺼지게 한숨을 쉬지도 않기 때문에 지켜보기에는 너무 단조롭다. 그러나 그의 냉정한 플레이는 조금이라도 기량을 높이려는 골퍼라면 배워야 할 덕목임에는 틀림없다. 구센의 우승을 계기로 더욱 부각된 마인드 컨트롤에 대해 알아본다.
골퍼가 긴장 또는 흥분할 경우 가장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이 퍼트. 미켈슨이 1.5㎙에서 3퍼트를 한 것도 긴장감 때문. 다른 샷과 비교할 때 홀과 가장 가까이서 플레이하기 때문에 허용 오차 범위가 제일 작으며 샤프트가 가장 짧아 손의 미세한 움직임도 헤드 방향이나 스트로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긴장했을 경우, 그 중에서도 특히 퍼트 때는 다음의 마인드 컨트롤 방법을 충실히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긍정적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서 말한다 = 구센은 ‘3퍼트만 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고 고백했다. 이 말은 부정적인 단어, 즉 ‘말자’가 포함돼 골퍼들의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2퍼트만 하자’는 식으로 바꿔 말하면 ‘3’이라는 여유 대신 ‘2’라는 강박 감을 가질 수 있다. 때문에 구센이 선택한 ‘3퍼트만 말자’는 부정적인 단어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골퍼에게 여유를 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반드시 페어웨이에 볼을 떨궈야지’보다 ‘OB만 내지 말자’가 마음을 좀 더 편안하게 만든다.
이처럼 상황이나 골퍼의 개성에 맞게 스스로에게 용기를 줄 필요가 있다.
실수했던 경험이 아니라 성공적으로 난관을 헤쳐 나갔던 때를 떠올리며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최면을 건다. 자신을 제3자로 생각하고 말을 하거나 ‘꼭 넣을 테니 봐’하며 동반자들에게 말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자신만의 루틴을 지킨다 = 미켈슨은 17번홀 퍼트를 할 때 평소와 달리 계속 서성거렸다. 루틴이 깨진 것. 자신이 없거나 불안하면 아예 처음부터 프리 샷 루틴을 다시 한다. 어드레스 했다가 완전히 풀고 볼 뒤에서 다시 라인을 보고 새로 어드레스를 하는 것이다. 그 전에 심호흡을 하고 한 10초쯤 스스로 ‘타임 아웃’을 선언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너무 자주 이렇게 하면 동반자들의 경기 흐름을 깨뜨리고 슬로우 플레이어로 낙인 찍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소한 것에 집중한다 = 샷 하는 순간은 동반자들이 떠들거나 벌레가 어른거려도 들리거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볼에만 신경을 써야 한다. 어떤 골퍼는 볼 중에서도 오른쪽 아래 부분의 딤플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할 정도. 어드레스 전에는 어느 곳에 볼을 떨궈야 다음 샷이 편한지, 이 홀에서 몇 타를 쳐야 목표 타수를 기록할 수 있을지 등등을 큰 것을 생각해도 좋지만 일단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딤플 하나만 보일 정도로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