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日 정상회담] 美 '큰폭 엔低용인' 어려울듯

경상적자에 자동차·철강업계 반발등 부담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동반 금리인하와 양국 정책당국의 경제위기 공동대처 성명은 국제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행이 불과 7개월만에 '극약처방'인 제로금리정책으로 회귀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ㆍ4분기에만 1%포인트 이상의 금리를 내리는 등 전세계 금융시장에 저금리 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에서는 FRB가 월가의 요구대로 0.75%포인트의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지난 몇주동안 요동을 쳤던 환율 및 외환시장이 조속히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급속히 하락하고 있는 일본 엔화가 앞으로 얼마동안 어느 수준까지 지속될지도 관심사다. 일부의 관측대로 미 정부가 달러당 130엔대까지의 엔저를 용인할 경우 한국, 타이완 등 동남아는 물론 상당수 국가의 통화가치도 동반약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3,000억달러 이상의 경상적자를 기록한 미국으로선 이를 마냥 용인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미 금리 얼마나 내리나 오는 20일 열리는 FRB의 정례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결정되는 금리인하 폭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현재 0.5%포인트와 0.75%포인트로 팽팽히 엇갈려 있다. 주로 월가의 애널리스트들과 채권딜러들은 0.75%포인트의 금리인하가 확실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주 다우지수가 1만포인트 아래로 떨어지고 나스닥지수가 28개월만에 1,8000포인트대로 곤두박질하며 추락한 뉴욕증시를 건져낼 단 하나의 수단은 큰 폭의 금리인하 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FRB 이사들은 지난 99년 이후 가파른 증시상승 탓에 소비자들이 '부의 효과'로 지나치게 소비를 늘려 경기과열이 우려된다는 점을 역설해 왔다. 반대로 지난 해 하반기부터 폭락한 증시로 인해 오히려 적정한 소비마저 줄이는 '역(逆) 부의 효과' 역시 FOMC 회의장으로 향하는 FRB 이사들에게 주요 고려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FRB는 지난 1월 3일에도 전격적으로 0.5%포인트의 금리를 인하, 시장의 요구를 무시하지 않는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반면 0.5%포인트 선에서 그칠 것으로 보는 이들은 주로 경제학자들이다. 이들은 FRB가 시장의 요구를 매번 수용할 경우 일종의 '도덕적 해이'가 생겨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증시가 미국 경제의 여러 가지 부문가운데 하나일 뿐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물가가 비록 안정돼 있지만 0.75%포인트 이상 금리를 내릴 경우 경기가 빠르게 과열국면으로 접어들면 그 이후 펼칠만한 정책수단이 크지 않다는 점도 큰 폭의 금리인하가 없으리라는 관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엔저 어디까지 가나 시장에선 미국측이 엔저를 막기 위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한 엔화가치가 달러당 125엔대로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엔화가 130엔대까지 하락할 수 있느냐와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다. 노무라 신탁은행의 외환매지너 도야하라 다카시씨는 19일 "일본-미국 양국 정상이 환율문제를 아예 거론하지 않는 것을 시장은 엔저용인에 대한 암묵적 합의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럴 경우 엔화는 이번주말까지 달러당 125엔에 근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은 해당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할 뿐이라는 양국 당국자들의 발언 이면에 이미 엔저에 대한 합의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당국이 자동차, 철강 등 당장 엔저로 타격을 입고 있는 업계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수 있느냐가 이번 엔저추세의 시기와 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기업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제팀이 업계의 로비와 압력에 굴복할 경우 엔저는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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