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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백이 이기는 바둑이었다

제11보(125∼146)



좌변이 찌그러지는 것을 각오하고 흑25로 지킨 이 수. 구리는 이 수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수로군요. 현명한 판단입니다."(김만수) "백은 그 방면을 먼저 두었어야 했습니다."(안조영) "그랬으면 백이 유망했다는 얘기인가?"(필자) "그랬던 것 같아요."(최철한) 줄곧 이세돌이 기분을 낸 바둑인데 막상 형세는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포석시기에는 백이 월등하게 좋았다는 얘기가 된다. 백26에 흑은 27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백이 28로 내려섰을 때 한참 뜸을 들이던 이세돌은 흑29로 끊는 길을 선택했다. "역시 현명한 판단으로 보입니다."(김만수) 참고도1의 흑1로 받으면 흑은 출혈 없이 생환할 수가 있다. 그러나 백이 선수를 뽑아 우변의 백4에 선착하면 흑이 미세하게 패하는 바둑이다. 이세돌은 좌변의 흑 3점을 버리고 우변의 흑33에 선착하는 길을 택했다. "우변이 그렇게 큰가? 좌변의 손실이 15집쯤 되는 것 같은데 우변은 그것보다 작은 자리 아닐까?"(필자) "그건 맞는데요. 실전보의 흑29와 31이 놓인 상태에서는 중원에 대한 흑의 발언권이 많이 강해졌기 때문에 이세돌이 이 길을 선택한 겁니다. 단순한 끝내기의 산술로만 볼 장면이 아닙니다."(김만수) 구리의 백42가 완착이었다.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이 수가 왜 완착인가. "타이밍이 안 맞았어요."(김만수) 참고도2의 백1과 흑2를 교환하고 3에 두었으면 아직도 반집은 백이 이기는 바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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