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논지 나미부트르 '잔다라'`쿤렁'(산티수크 프롬시리)은 아내가 아들을 낳다 숨지자 아들의 이름을 `저주받은'을 뜻하는 `잔다라'(어린 잔다라 수위니트 판자마와트, 성인 잔다라 이키라트 사르수크)로 짓고 학대한다.
`쿤렁'은 곧 아내의 여동생과 살면서 딸 `카우'(파타라바린 팀쿨)를 낳았다. 이유 모를 아버지의 심한 학대 속에서 잔다라는 자신의 출생에 무언가 비밀이 있음을 깨달아간다. 그런 잔다라는 운명처럼 다가온 세 여인을 통해 서서히 성에 눈을 뜬다.
첫번째 여자는 수줍은 미소와 커다란 눈망울이 아름다운 동급생 '히아신스'(사시손 파니차노크). 그러나 곧 젊고 육감적인 아버지의 두번째 부인 `분렁'(종려시)이 나신(裸身)으로 그를 유혹하고 마음을 뒤흔든다.
아버지의 질투심때문에 집에서 쫓겨난 잔다라는 세월이 흐른 뒤 다시 집의 부름을 받고, 여동생 `카우'와 결혼한다.
아버지가 딸 `카우'를 강간해 임신시키자 소문이 밖으로 새나가기 전에 서둘러 유산 상속을 조건으로 `남매'를 결혼을 시킨 것. 이 집안의 상식 밖의 가족사(史)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남자 하인과 놀아나는 유모에게 어릴 적부터 강한 질투심을 보였던 여동생 `카우'는 오빠와 결혼했음에도 `분렁'과 함께 동성애를 즐긴다.
심지어 분렁을 놓고 오빠(남편)와 경쟁을 벌인다.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장애인아들을 낳은 `카우'는 오빠가 자신을 강간, 임신시키자 스스로 자해해 유산시킨다.
그렇다면 이 모든 관계의 정점에 서있는 `잔다라'는 과연 어떻게 태어났을까.
`잡놈의 아들'이라는 소리를 이름처럼 듣고 자랐던 그의 출생의 비밀은 한 여인이 도적떼에게 끌려가 윤간당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불우하고 억압적인 환경에서 자란 한 남자의 사랑과 성,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성장 영화'잔다라 (晩孃: Jan Dara)'는 근친상간부터 동성애까지 파격적인 성관계와 금기를 다뤄 태국에서도 판금됐던 유명 동명 소설을 `태국의 흥행 감독' 논지 니미부트르가 영화화했고,'첨밀밀'의 홍콩 천커신(陳可辛) 감독이 제작비를 댔다.
부드러운 살결위로 움직이는 소년의 작은손. 등나무의 기다란 의자 위로 반라의 몸을 과시하며 어쩔줄 몰라하는 어린 잔다라를 즐기듯 쳐다보는 분렁 부인의 미소.
어린 잔다라가 차가운 얼음을 손에 쥐고 분렁 부인의 등을 마사지하며 뜨거운 그녀의 체온을 음미하는 이 장면은 모든 걸 보여주지 않으면서 모든 걸 상상케하는 논지 감독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연출이 빛나는 순간이다.
과다한 빛의 노출을 피한 자연스런 톤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에 더욱더 사실감을 부여하는 '잔다라'의 감각적인 영상은 장 자크 아노의 '연인'처럼 관객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묘한 매력을 보인다.
주인공 잔다라의 회고를 따라 과거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형식으로 그려진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다양한 변태적인 성관계는 가부장적인 남성중심의 사고방식과 철저한 주종(主從)관계 같은,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는 각종 사회적 의식과 경직된 제도에 대한 극단적인 표출로 비춰진다. 재미있는 점은 영화 속에서 이런 모순들은 계속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
자신을 괴롭히던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에 불탔던 잔다라도 결국 자신 역시 파괴적인 섹스를 반복하면서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흐느끼게 된다. 11일 개봉.
박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