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교직원공제회의 '부적절한 투자'

기관의 주식투자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이 때문에 많은 기관들이 이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을 따로 뽑아 일을 맡긴다. 그러나 이들의 투자 결정이라 해도 일반인들의 상식적인 판단 기준을 넘어설 수는 없는 일이다. 교직원공제회가 지난해 영남제분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으로 밝혀져 3ㆍ1절 골프 파문의 유탄을 맞았다. 공제회는 7일 현재 8억9,000만원의 평가손을 입고 있지만 주식매입 자체는 내부투자기준-시가총액 300억원 이상, 자본금 20억원 이상, 전년도 매출 300억원 이상 등-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기준은 스스로의 투자행위를 규제하는 ‘최소 기준’일 뿐 ‘충분 조건’은 아닐 터이다. 최종적인 투자결정까지는 해당 기업의 수익성ㆍ안정성ㆍ성장성 등의 경영지표는 물론 시장에서의 평가 및 최근 주가흐름까지 두루 살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특히 투자 전문가 19명을 두고 ‘남는 것 없으면 투자 안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는 공제회로서는 면밀한 사전 투자검토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번 주식매입은 이런 상식들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밀가루 제조회사인 영남제분은 가격담합 혐의로 최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데다 지난해 세 차례의 ‘외자유치’ 공시로 ‘주가조작’ 의혹까지 사고 있다. 특히 공제회가 투자결정시 이 기업의 대표가 누구인지 살피지 않았다는 것도 일반인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회사 대표인 R 회장은 주가조작 혐의로 지난 2001년 9월 구속돼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40억원을 선고받고 실형까지 살았다. 또 그의 전 부인은 2004년 여대생 청부살인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관계자들의 전력이 결코 평이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투자결정이 ‘최소 기준’만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 교직원공제회는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 이 회사의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주가를 떠받쳐준 것 아니냐는 항간의 의구심에 속 시원히 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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