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러시아도 금융위기” 우려 고조/이용권(해외통신원)

◎환율폭등·주가폭락 등 비관적 징후들 잇달아/정부선 “지나친 염려”/내년 단행 화폐개혁이 위기확산 분수령 될듯러시아 정부가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이 루블화보다는 미달러화를 더 신뢰하고있는 점이다. 이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그 폐해가 금융시장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있다.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국채 가격이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는 선에서 거래되는가 하면 이달초까지 50억달러 규모의 외국자본이 러시아 시장에서 빠져 나갔다. 그 여파로 지난주 초에는 주가와 루블화가 폭락했다. 러시아 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불안한 조짐의 배경으로 루블화의 낮은 신뢰도, 내년 1월1일을 기해 단행될 예정인 화폐개혁 및 전세계적 금융위기의 영향등을 꼽고있다. 그래서 러시아 금융시장이 점차 위축될것으로 내다보고 정부측에 재정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재정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할 수 있는 중·장기 정책의 부재가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정부는 지난 92년부터 서방 선진국 수준의 예산·조세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아직 한번도 이 시스템을 발동해 본 적이 없다. 대신 지금까지 가격 현실화라는 미명아래 중앙은행이 물가인상을 용인하는 한편 최근 2-3년간 해외금융시장에서 유가증권을 발행하고 국제금융기구로부터 돈을 빌려 국가재정을 꾸려왔다. 그러나 이같은 제살 깎기식 근시안적 정책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외환부족이 발생, 경제가 위축되고 화폐개혁도 실패할 것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러시아 일간지 까메르산트지는 서방 투자자들이 더 이상 러시아의 유가증권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조만간 금융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정부가 화폐개혁을 강행한다면 금융위기는 곧바로 전면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폐개혁은 내년 1월1일을 기해 기존 루블화를 1천대 1의 비율로 낮춘 신루블화를 내놓겠다는 내용이다. 화폐개혁이 실행되면 외국 투자자들과 은행, 기업등이 신루블화 대신 달러화 매입을 시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금방 바닥을 보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외국자본의 러시아 탈출이 가속화될 것은 불문가지다. 물론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자국화폐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감을 갖고있는 러시아국민들은 그동안 스탈린 정권 이후 5번에 걸친 화폐개혁을 겪으면서 피해의식이 머리속 깊이 박혀있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 더욱이 시중은행들의 부실화가 이같은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시중은행장들은 금융위기가 닥치기전에 지불 준비율의 조정, 국채매입에 따른 손실처리 , 유가증권 구매를 위한 국채 매각범위 조정등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앙은행은 귀를 기울이지않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금융위기를 다각적으로 대처하는 금융제도개선이 원천적으로 봉쇄됨에 따라 기업활동과 금융시장의 위축이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와 중앙은행은 러시아가 아시아 국가와 같은 금융위기상황으로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며 화폐개혁의 긍정적 효과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있다. 지난 9일에는 세금을 체납하고 있는 시브네프트, 시단코등 두개의 대기업에 대해 자산압류및 정유공장매각을 명령, 화폐개혁 준비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루블화의 평가절하에 대비한 외환보유고가 1백80억달러로 충분하고 화폐개혁후 신루블화가 안정될 것이라며 이같은 비관론을 일축하고 있다. 일부 서방 경제전문가들도 화폐개혁을 앞둔 현재의 위기감은 내년 1·4분기 말까지는 해소될 것이라며 러시아정부의 견해에 동조하기도 하지만 불안심리를 일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내년 1월 시행될 화폐개혁조치가 러시아내 금융위기의 확산여부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모스크바역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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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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