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거북이 걸음 핀테크 규제 완화


며칠 전 KB국민은행 지점에서 일하는 한 지인이 문득 "1년에 은행을 몇 번이나 방문하느냐"고 물었다. 마지막으로 은행에 간 기억이 아득했다. 이제 모든 금융 업무를 모바일로 처리하는 까닭이었다.

한국인들은 이미 핀테크 세상에 깊숙이 빠져 살고 있다. 핀테크란 모바일 결제·송금, 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에 정보통신기술(ICT)를 결합한 융합산업을 뜻한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모바일 결제시장은 미래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어느 나라보다 핀테크 수요가 강력한 우리나라는 해당 산업의 후진국이다. 일일이 예를 들지 않아도 된다.


급기야 정부가 내년 상반기에 핀테크 규제 완화 일환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뜯어 보면 '대통령과 시장 흐름에 떠밀렸다'는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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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IT 업계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등 핀테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정부에 요청한 것은 이미 수 년 전부터다. 그 때 마다 모르쇠로 일관했던 정부가 지금에 와서야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동안에 알리페이, 페이팔 등 외국계 핀테크 기업이 국내 시장 분석을 끝내고 시장을 잠식할 준비를 마친 상태라는 점이다.

핀테크 등 융합규제 완화는 질도 문제지만 규제 완화 시점을 얼마나 앞당기느냐가 중요하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규제 완화 속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의 융합규제 완화는 핀테크에서 보듯 여전히 속도에는 무관한 거 같다. 지난 9월 정부가 내놓은 무인기 규제 완화 등 인터넷 규제 혁신안의 경우만 봐도 개선 시점이 대부분 2015~2017년에 몰려 있다.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정부의 인식이 한발 늦는 것은 물론, 후속 대처마저 늘 다소 느긋한 게 아닌가 싶다. 적어도 ICT 정책을 다루는 데 있어서 만큼은 정부가 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간발의 차이로 때론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다. /정보산업부=윤경환 기자 ykh2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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