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들이 부동산 대출규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부동산 거품 붕괴의 위험이 금융권에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조치로 보인다.
24일 중국 21세기경제보 등에 따르면 중국 일부 은행들이 철강·시멘트 등 과잉생산 업종과 부동산 개발 대출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실제 흥업은행의 경우 부동산 개발을 위한 메자닌파이낸싱(위험도가 큰 사업에 주식연계 채권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 등을 오는 3월 말까지 중단하기로 했고 교통은행과 초상은행도 유사한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광저우·충칭 등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지역의 일부 은행들이 지난해 10월부터 부동산 관련 대출한도를 정해 대출규모를 줄인 적이 있지만 부동산 개발에 대한 대출규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황지에 중국국제금융공사 애널리스트는 "이번 중국 은행들의 조치가 향후 지방정부들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들이 공상·건설·농업·중국 등 중국 내 4대 은행으로 확대되지는 않고 있으며 여전히 지방정부와 연계된 부동산 개발사업에는 대출이 계속되고 있다고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FT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점차 은행의 조달비용을 늘려 부동산 대출에 대한 비용도 올리고 있다며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운동도 부자들의 현금이 부동산 등 투기자산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부동산 거품 붕괴 경고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증권시장이다. 이날 상하이 증시는 부동산 관련주들이 급락하며 1.86% 하락했다. 특히 중국 양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커와 폴리부동산그룹의 주가는 모두 7% 넘게 급락했다.
중국 부동산은 정부의 각종 규제책에도 계속 오르고 있지만 지난 1월 들어 상승폭이 다소 주춤해졌다. 이날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주요 70개 도시 중 6개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이 하락했고 인구 가중평균 신규 주택 상승률도 지난해 12월 9.9%에서 1월에는 9.6%로 소폭 하락했다. 전년 대비로는 70개 도시 중 69개 도시가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두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는 상승률이 다소 둔화된 것이다. 중국 경제주간지 차이징은 1월 주택경기가 예년보다 식었다고 분석하며 부동한 거품이 서서히 붕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이징은 춘제를 앞두고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야 하지만 올 1월에는 67개 도시 중 90% 이상에서 거래가 줄었고 중형급인 3, 4선 도시에는 아예 거래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또 대량으로 주택을 구매했던 큰손들이 부동산세와 부패척결에 집을 내놓아 매도물량이 대폭 늘고 있고 홍콩의 리카싱 등 부호의 부동산 처분도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방은행 등의 부동산 관련 대출 축소도 부동산 거품 붕괴의 전주곡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세제개편 등 사전조치에 나서고 있다.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은 전일 호주 시드니에서 막을 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기자회견에서 올해 '부동산 취득세'를 법제화해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러우 부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국무원회의에서 "부동산 보유에 대한 세금 확대로 소득분배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 지방정부에도 안정적인 재정수입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공급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책이나 금융권 대출축소의 약발이 먹힐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