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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달 중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설악산 서면 오색지구와 끝청 부근 3.5㎞를 연결하는 곤돌라 식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지난 4월 환경부에 사업신청을 했다. 강원도·양양군 및 지역 주민들은 오색케이블카가 지역 경제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시민·종교단체들은 케이블카 예정지가 멸종위기종의 주요서식지에 위치하는 등 환경훼손을 피할 수 없다며 설치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 찬성-정주현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경관제작소 외연 대표
지역경제 살리는 친환경 관광시설
POINT
● 토지사용 적어 자연훼손 최소화
● 내·외국인 탐방객 유인 효과 커
● 노약자·장애인 등 접근성 보장
오랜 기간 논란이 되고 있는 케이블카 사업은 정확히 표현하면 '삭도사업'으로 궤도운송법에 의해 궤도(tramway)와 삭도(ropeway)가 통합돼 법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화석에너지 대신 전기에너지 사용수단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최근 국내외 경향으로 보면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삭도는 시대적 요청에 부합하는 교통시설로서 적합하다.
특히 삭도는 고저차가 심한 급경사지형에 대응하는 교통수단으로서는 가장 최적의 경제성도 갖추고 있다. 대부분 교통시설은 그 특성상 선형적 기반조성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자연환경 훼손이나 과도한 비용 투입이 뒤따른다. 그러나 삭도는 가공선을 이용해 소수의 기둥에 의지하는 선형적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므로 극히 적은 토지이용과 환경훼손을 수반하는 삭도는 친환경 논란의 여지가 없을 만큼 친환경적인 시설이다.
또한 국토의 3분의2가 산림지형 산악국가인 우리나라는 현재 한정된 토지자원 속에서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수요와 국민관광행락에 관한 이용 밀도와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들에게 자연환경과 자연자원에 대한 향수와 회귀가 점점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이러한 상황에서 이용자를 위해 최소한의 시설을 도입해야 한다면 삭도는 가장 적절하고 유용하며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인 동시에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권을 실현하는 민주적인 이동시설이다.
오늘날 국민 생활수준의 향상과 주5일제 근무로 인한 여가시간 확대로 관광과 관련한 개발 수요가 전국적으로 폭증하고 있다. 2013년 기준 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4,693만명으로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직전인 2006년 대비 53%의 급격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삭도가 설치되면 해당 지역의 탐방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국인 관광객의 해외유출 방지 효과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의 유인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삭도는 자연을 보다 쉽게 탐방하도록 해주는 탐방수단으로 유용하다. 특히 탐방객 중 노약자나 장애인 등 상대적 소외계층에게 새로운 관광과 생태체험의 기회를 주게 됨으로써 그 자체적으로도 관광객 유치 효과가 지대하다. 그 예로 경남 통영의 미륵산 조망케이블카를 살펴보면 운영 첫해인 2008년 4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후 매년 연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렸다. 또 케이블카 설치·운영 5년 만에 173억원의 투자금을 모두 회수해 지역 경제에 효자 상품이 되고 있고 통영시 전체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
일각에서 삭도 설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친환경적으로 운영된 해외사례는 많다. 호주 케언스에 있는 스카이레일은 열대우림 보존에 공을 들인 덕분에 유럽녹색문화상을 수상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있는 테이블마운틴 회전 케이블카는 이용객 80% 이상이 외국인들이다.
세계적 관광지인 호주의 블루마운틴과 프랑스의 샤모니, 스위스의 몽블랑, 일본의 다테야마, 그리고 중국 장자제의 성공적인 사례들을 보더라도 삭도를 비롯해 케이블카·모노레일·에스컬레이터 등 산악 교통시설이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고 관광객을 유인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차제에 국민의 행복권과 지역개발, 그리고 관광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설악산과 지리산 등 명산을 대상으로 일본의 다테야마~구로베 알펜루트와 스위스의 필라투스, 중국의 장자제처럼 삭도·케이블카·모노레일 등 다양한 산악 교통시설을 이용해 세계적인 명소로 만드는 마스터플랜을 국가적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삭도 설치를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고 훼손된 자연을 복구할 수 있는 개념으로 삭도를 설치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국립공원이야말로 선제적으로 삭도 설치를 공익적·생태환경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오히려 행락 위주의 과도한 산행을 줄이는 방안으로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과도한 산행을 합리적으로 규제하거나 대체하는 방안 없이 다양한 야생동물을 지속적으로 복원 방사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반대-최중기 인하대 명예교수
생태계 파괴 우려되는 초법적 발상
POINT
● 삭도 설치 땐 아고산대 녹지 악영향
● 일시방문객만 늘어 경제효과 미미
● 기존 탐방로 정비 접근성 높여야
백두대간의 중간에 자리 잡은 설악산은 아름다운 능선과 깊은 계곡, 수많은 암봉으로 이뤄진 명산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설악산은 산이 깊어 산양과 삵 등 멸종위기 동물들의 서식처로도 양호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연유로 정부는 1965년 설악산을 천연기념물 제 171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으며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상시 관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설악산은 자연생태계의 보고로서 국내외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설악산을 관리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도 필요한 경우 입장을 불허하면서까지 보호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노약자 편의를 명분으로 2012년과 2013년 오색에서 대청봉에 이르는 삭도 설치를 신청했으나 자연 훼손이 심각할 것으로 판정돼 공원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올해 다시 오색에서 끝청 바로 아래 1,480m 지점에 상부정류장을 설치하는 3.5km의 삭도 설치를 신청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삭도 설치 계획도 심각한 자연훼손을 일으키는 계획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선 상부정류장이 들어설 지역이 아고산대 지역으로 수령 150년 이상의 수목이 울창한 녹지자연도 9등급 지역이므로 법적으로 개발을 할 수 없는 곳이다. 또한 철주 5·6번이 설치될 지역도 녹지 등급이 8등급 이상인 곳으로 삭도를 설치하려면 법부터 바꿔야 한다.
둘째로 국립공원 내 삭도 설치 기준에 따르면 정류장 및 관찰로는 아고산 식생이 자생하고 있는 지대를 최대한 피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양양군이 계획하고 있는 상부정류장과 전망대(1,535m)는 아고산대에 위치하며 이를 연결하는 탐방로는 아고산대 식생을 크게 훼손할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로 국립공원 삭도 시범사업 기준에 따르면 국립공원 내 주요 봉우리는 피하도록 돼 있는데 전망대가 계획돼 있는 곳에서 끝청(1,604m)까지는 불과 203m 거리로 이는 끝청의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끝청 일대는 국립공원 자연보전지구이자 천연보호구역이며 생물권 보전지역 핵심지역에 해당되는 곳으로 생태적으로나 경관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양양군은 삭도 설치시 탐방객 증가에 따른 환경훼손 감소 및 분산 수용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이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공원관리 대책과 상반된다. 즉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삭도 설치시 삭도 이용객이 상부정류장과 전망대 이외에는 기존의 탐방로와 등산로로 나갈 수 없으며 삭도를 이용하지 않는 탐방객 또는 등산객이 하산시에 삭도를 이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양양군은 삭도 설치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현재와 같이 오색 지구가 낙후된 상태로는 삭도 건설로 인한 경제적인 이득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오색에서 대청봉에 이르는 코스를 이용하는 등산객과 탐방객이 연간 48만명에 이르지만 오색 지구는 침체돼 있다. 이는 오색 지구로 하산하는 39만명에 이르는 하산객들이 오색 지구에 머무르기보다는 서둘러 귀가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들 하산객들이 케이블카를 이용해 하산할 경우에는 더욱 빨리 귀경하게 될 것이다. 오색 지구의 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체류형 관광지가 돼야 하는데 삭도 설치시에 오히려 체류형 관광보다는 일시방문형 관광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 지역 경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약자와 장애인들도 설악산 관광의 기회를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나라 곳곳의 많은 아름다운 경관에 대한 접근성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오히려 양양군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대청봉에서 오색까지의 기존 탐방로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2003년 폭우 후에 급하게 설치한 돌계단은 건강한 사람도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어 대부분 탐방객들이 돌계단 이용을 꺼린다.
양양군이 끝청 가까이에 설치하려는 삭도는 우리의 미래 세대에 물려줄 더없이 귀중한 자연자원을 훼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설악산 정상부의 황폐화를 재촉하는 것에 비해 예상되는 경제적 이득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삭도 설치 대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른 방안을 찾도록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