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어느 선수의 기다림


얼마 전 당사 골프대회인 '우리투자증권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우승한 여자 프로골프 선수가 인사차 방문했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여성프로가 프로데뷔 6년 만에 첫 우승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소 충격이었다. 골프라는 운동은 내일에 대한 보장이 없는 운동이다. 오늘 성적이 내일과 관계없고 오직 오늘만의 승부가 있을 뿐이다. 그 선수들이 삶을 대하는 자세에는 분명 내가 알지 못하는 내공이 있을 것이다. 좌절하지 않고 견뎌온 긴 세월 동안의 인내심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요즘은 모든 것이 인터넷의 초고속 스피드와 편리함으로 해결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긴 세월을 참아낼 수 있는 정신이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 가지고자 하는 것, 치유하고자 하는 것, 나누고자 하는 것, 위로하고자 하는 것 등 세상사 어느 하나 긴 시간 동안의 노력과 의지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없다. 우리가 보고 있는 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그런 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쉬운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이 우리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학력 위조,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노사 갈등, 포퓰리즘 등이 그렇다. 세상사 모든 것들이 기다림과 각고의 노력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우리 인생과 사회에 또 다른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룰만한 가치가 큰 일들은 한 세대에 이뤄지지 못하고 세대를 넘어 이뤄질 수도 있다. 더욱이 반드시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존중할 줄 알아야만 우리는 진정한 인간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어떤 문제든 당사자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들을 쏟았는가를 동의와 존경의 기준으로 삼는다. 직원들을 평가할 때도 실적만을 보기 보다는 그 직원들의 노력과 열정을 본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한다. 꿈이 있을 때 우리는 기다릴 수 있고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다. 종종 무슨 일을 해야 할 때 필자는 그 일에 대해 중세의 십자군처럼 성전에 임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일은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끊임없는 행군과 같기 때문이다. 6년의 인고를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선수를 보면서 그 선수의 또 다른 우승이 곧 다가올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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