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빈곤율이 15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반면 부유층 또한 동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고 부상하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백악관과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미 인구통계국은 16일 '2009 센서스'를 통해 미 빈곤층 인구가 4,36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3%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인 7명 중 1명꼴로 1994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치다.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대비 1년 사이에 빈곤층이 380만 명이나 증가했다.
빈곤층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연간 소득이 2만1,954달러(한화 2,553만원) 이하인 경우에 해당된다. 보험료가 너무 비싸 건강보험에 들지 못하는 인구는 5,07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6.7%를 기록, 전년대비 1.25% 포인트 늘어났다. 경기침체로 실직자가 늘어난데다 근로소득까지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 내 백만 장자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피닉스 마케팅 인터내셔널의 조사를 인용, "지난 6월말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투자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가구가 555만 가구에 달해 전년대비 8%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2007년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597만 가구에 다소 못 미치지만 2006년 수준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미 주식시장이 부진하고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더딘 것을 고려하면 부유층의 증가세는 매우 빠른 편이다. 이들은 외부 상황에 관계없이 재산을 금융위기 이전수준으로 단기간에 원상 복구시키고 있다. 피닉스마케팅인터내셔널은 "부유층 증가세의 주된 배경은 투자소득보다는 근로소득 증가"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볼만한 것은 최상위 부유층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투자여력이 500만 달러 이상인 가구와 1,000만 달러 이상인 최상위 부유층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16%, 1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자료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1년 동안 예상보다 빠르게 양극화가 진행됐다는 것을 보여줘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오바마가 속한 민주당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WSJ은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