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하반기 설문조사를 보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더 크게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물가불안ㆍ가계부채 등 국내외 변수에다 정부와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 등 그 어느 때보다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키포인트다. 실제로 기업들은 상반기까지는 올 초에 세운 경영계획목표를 초과하며 공격경영에 나섰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이런 움직임이 둔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설문조사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하반기 영업이익 상향 기업 절반 이하=지난해 말 조사에서 영업이익을 상향하겠다는 비중은 75%에 달했다. 공격적 투자와 매출목표 설정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 전망치를 높인 기업이 10곳 중 7곳 이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하반기 영업이익목표를 상반기보다 높게 잡은 기업들이 46.4%를 차지했다. 과반수를 넘지 못한 것이다. 반대로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42.9%) 등 53.6%가 보합이나 하향 조정했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매출ㆍ투자ㆍ영업이익 등 3대 주요 경영지표를 높게 잡은 기업들이 지난해 말 조사 때와는 달리 많이 줄어든 것이다. 이렇다 보니 자금사정 악화를 우려하는 기업들도 10곳 중 3곳에 달했다. '하반기 자금사정이 다소 악화될 것 같다'고 답한 비중이 31.0%였다. '크게 나빠질 것 같다'고 보는 기업들도 1.7%를 차지했다. 반면 '상반기보다 호전될 것'이라는 기업의 비중은 3.4%에 불과했다. 매출ㆍ이익 등 상반기 경영성과에 대한 질문에 69.5%가 예상수준이거나 상회했다고 답했다. 상반기에는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하반기 전망은 썩 좋지 않게 보고 있는 것이다. ◇환율보다 더 무서운 인플레이션 복병=지난해 말 조사에서는 주요 경영변수로 환율 절상 등 외환시장 안정이 1위를 차지했다. 주요 수입원인 수출이 환율 절상으로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환율 절상이 하반기 주요 경영변수가 되지 못했다. 하반기 우려요인에 대한 질문에서 1위는 물가상승(24.6%)이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서는 세계 경제회복 부진(19.3%), 금리 인상(16.7%), 가계부채 증가(15.8%) 등의 순이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것은 임금 인상 등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는 내수 부진, 세계 경제회복은 글로벌 부진 등에 대한 우려가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다 보니 기업들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쏠리는 것 같다"며 "아울러 상대적으로 환율 변동폭이 작은 것도 환율의 관심을 덜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 정책 초점, 내수 부양ㆍ물가 안정에 맞춰야=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하반기 정부 정책이 내수 부양과 물가안정에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정부 정책 초점에 대한 질문에서 내수 부양이 28.6%, 물가안정이 24.1% 등으로 상위에 랭크됐다. 반면 수출지원과 외환시장 안정은 각각 10.7% 비중을 차지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투자를 하려는 심리가 개선되면서 상반기 투자도 증가했다"며 "하지만 기업들은 현재의 투자여건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정부의 투자여건 개선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