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카자흐스탄에 살아도 우리는 고려사람, 하나의 민족이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고려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지닌 우리의 공연은 다른 민족,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아 '인터내셔널'한 느낌을 전달하지요."
9일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한 카자흐스탄 국립 고려극장의 이류보피(62·사진) 극장장은 "고려인 이주 150주년을 맞아 열리는 공연을 우리만의 색채가 묻어나는 노래와 춤으로 꾸몄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려극장은 재외동포 예술단 중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지난 1932년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들어져 구소련 스탈린 시대의 강제이주 핍박에도 살아남은 해외 민족예술사의 산증인이다.
구소련이 해체된 후 카자흐스탄 정부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고 그런 만큼 고려극장이라는 극단 명칭 앞에는 언제나 '국립'이라는 말이 붙는다. 2002년 국내에서 초연한 데 이어 매해 소규모 연극단원을 파견해 공연을 올려왔지만 20명이나 되는 단원이 한꺼번에 모국 무대에 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려극장은 무대에서 '아리랑'과 '새타령' 등 비교적 익숙한 노래에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춤 등 20여가지를 공연했다.
이 극장장은 "우리 극장은 다민족 국가에서 살다 보니 민족의 특성에다 슬라브 등 다른 민족의 영향을 받게 돼 특별한 빛깔과 분위기를 띠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6년 고려극장에 들어와 16년가량을 극장장으로 일해왔다. 고려극장 안에는 고려인 동포가 많이 있다. 배우 대부분이 고려인이고 대(代)를 이어 단원으로 활동하는 사례도 있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윤게오르기는 부모가 각각 작곡가와 배우로 활동했고 열일곱 살짜리 딸도 현재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고려극장은 오는 12일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 페스티벌'이 펼쳐질 경기 안산의 광동로에서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난다. 안산이 고려인 5,000명이 사는 전국 최대 거주지역이라 많은 고려인 동포가 고려극장의 무대를 즐길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