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갈등 키우는 균형발전정책

임기를 3개월여 앞둔 참여정부가 마지막까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아마도 국토균형발전정책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월 이후 잇따라 열린 혁신도시ㆍ기업도시 기공식에 참석해 “균형발전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한표도 주지 말아야 한다”며 차기 정부에서도 균형발전정책의 근간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행복도시 건설, 공기업 이전 등을 통해 균형발전정책을 밀고 나왔고 큰 성과를 이뤄냈다는 자평을 하면서도 정권이 교체될 경우 현재의 정책기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노 대통령조차 “참여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이면서도 뒷걸음질칠 가능성이 큰 정책”이라고 밝힌 것만 봐도 그렇다. 참여정부 균형발전정책의 대미를 장식할 ‘2단계 균형발전정책’이 큰 고비를 맞고 있다. 7월 발표된 2단계 정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전국 235개 지자체를 발전 정도에 따라 낙후-정체-성장-발전지역 등 4단계로 분류하고 낙후 정도에 따라 법인세ㆍ건강보험료 등을 깎아줘 기업의 지역이전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책의 근거를 담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가 이번주 산업자원위원회에서 사실상 판가름 난다. 이 법의 관할 부처인 산업자원부는 비상상태에 돌입해 있다. 산자부의 고위간부들은 여의도에 살다시피하며 국회 의원실을 찾아 법안의 통과를 도와달라며 통사정하고 있다. 하지만 통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시각차가 크고 국회의원들도 이를 대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경우 9월 공개된 지역분류에서 강화도 단 한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이 혜택을 볼 수 없는 성장ㆍ발전 지역으로 분류됐다. 때문에 수도권에서도 발전 정도가 낮은 반면 군사ㆍ환경 등의 규제가 심한 경기북부 접경지역, 강원도 인접지역을 중심으로 반대정서가 매우 강한 상태이다. 비수도권 지역에 지원을 하려면 동시에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반면 비수도권은 수도권의 반대에 맞서 균형발전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며 법률안 통과를 지지하는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겹도록 보아온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이 또다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이 정부는 또다시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수도권의 지역이기주의만을 탓할까 걱정이다. 남 탓하기에 앞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모자라는 것을 채우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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