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그레이트 체인지 코리아] 오원철 박정희 정부 제2경제수석비서관

"한국경제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기술관료 중용해야"<br>60·70년대 초고속 성장은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공업입국 정책이 밑거름<br>국가성장동력 키우려면 과기인력 적극 양성해야


"박정희 전 대통령은 행정관료보다는 공업입국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가진 기술관료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지원했습니다. 우리 경제 수준이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기술자나 기술관료를 중용하고 이들에게 힘을 줘야 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제2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오원철(82•사진) 전 수석은 12일 서울경제신문 창간 50주년을 맞아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수출제일주의를 펼치면서도 장기적 안목에서 기술정책을 뼈대로 조선과 화학•제철•자동차 등을 육성하는 공업입국을 지향하는 경제구조로의 전환이 고속성장의 큰 밑거름이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 전 수석은 특히 "경제개발 초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불확실 그 자체였다"며 지도자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고 "대통령도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5•16 이후 지난 1979년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 한국경제 발전사를 쓰다시피 한 오 전 수석을 서울 서초동 집무실에서 만나 1960~1970년대 급속한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비롯해 1960년 이후 한국 경제개발 50년에 대한 평가, 50년 후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가 한국경제가 개발을 시작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경제개발의 첫 삽을 뜨신 그때와 지금의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모습을 바라보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사실상 선진국에 도발한 경제발전을 보고 있자니 나름대로 한국경제 발전의 근간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개발 초기만 하더라도 원시림의 산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았어요. 1964년 1차 5개년 계획을 수립할 당시 3년 후인 1967년에 수출 3억달러를 이룩하겠다고 제시했을 때 절대 불가능하다는 부정적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재미있는 얘기해볼까요. 1960~1970년대 공업입국으로 가기 위해 중화학•철강•자동차 등을 육성하는 정책에 강력히 반대했던 경제학자들이 지금에 와서는 이 같은 경제정책이 오늘날 한국경제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고 얘기해요. 당시에는 저를 고의적으로 괴롭히려는 것이 아닌지 아주 불쾌했었죠. 그런데 이제 와서 논조를 바꾸고 있네요(웃음). 그만큼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지난 50년 동안 한국경제는 엄청난 압축성장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주요 산업정책을 주도하셨던 관료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글쎄요. 저는 그런 평가에 대해 반대합니다. 절대 압축성장을 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고속성장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잘 아시겠지만 당시에는 6•25 이후 피폐해진 국가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에 따라 1억달러, 10억달러, 100억달러 수출목표를 달성하고 공업입국으로 가기 위한 조선•자동차•석유화학•철강 등의 산업을 육성했습니다. 계획에 따라 일사천리로 목표를 달성한 것입니다. 당시 각종 정책들에 대한 극심한 반대에 굴하지 않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태민안(國泰民安)의 기조하에 최선을 다한 것이 주효한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한국형 경제발전 모델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 경제성장의 성공 비결을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북한은 초기에 '내수경제' 중심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출제일주의 정책을 채택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굶더라도 수출 증대를 위해 쌀까지도 수출하는 수출제일주의 정책을 강력하게 펼쳤기 때문에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근간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화가 이미 돼 있었던 것이죠. 북한과 우리가 차이를 보인 것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지도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박 전 대통령은 서거 전까지 정부 차원의 수출 관련 회의만 약 300회 이상 직접 주재할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북한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우리보다 먼저 시작했는데 그것이 잘되고 있다는 평가가 우리의 경쟁심리를 자극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게 만든 점입니다. -그 당시 경제발전 정책에는 국가안보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인지요. ▦박 전 대통령의 통치철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나라 재정이 튼튼한 경제발전을 달성해야 한다는 게 박 전 대통령의 생각이셨죠.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은 분리하는 게 아니라 둘은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경제발전을 밑바탕으로 국가안보가 제대로 유지된다면 사회가 안정되고 정치가 제대로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은 국민의견 수렴보다 일방통행식의 정책 추진이었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일방통행 방식의 정책 추진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못하겠네요. 박 전 대통령은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항상 밑바닥 정서와 실정을 파악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무역확대회의와 경제동향회의를 주재했는데 1년에 24회는 대통령이 직접 수출제일주의 정책 현황을 점검한 것이죠. 더욱이 회의 후에는 새마을사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성공사례 발표 시간을 갖고 정부 정책을 홍보해 국민들이 동참하도록 독려하기도 하셨습니다. -당시에는 기술관료들이 많이 중용됐는데 요즘에는 행정관료가 더 많은 구성원을 차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타깝습니다. 기술자들이 연예인보다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봅니다. 아마도 이공계가 대접 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겠죠. 사실 1960~197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기술관료가 중용됐기 때문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 우리 경제 수준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술자나 기술관료를 중용할 수 있는 여건조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기술관료를 청와대에 두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강력한 권한을 줘야 합니다. -경제발전 계획을 주도하는 것도 결국 사람인데 그렇다면 경제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훌륭한 인재가 아닌가 싶은데요. ▦그렇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연간 5만여명의 기술자를 양성하려 했고 관료들도 전문지식을 가진 기술자를 많이 중용했습니다. 그만큼 훌륭한 인재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는데요. 이는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통해 국가 성장동력인 과학기술의 발전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실제 이들 인재가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냈지 않습니까. 따라서 현 정부도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정책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최근 출간하신 영문판 자서전 '더 코리아 스토리'라는 책에서는 경제정책과 관련된 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서술하셨는데요. ▦박 전 대통령은 주먹구구식이 아닌 체계적이면서 장기적 안목에서 경제정책을 추진하셨죠. 박 전 대통령의 정책 추진은 7단계로 나눠지는데요. 우선 관료들에게 지시해 추진하려는 정책의 경제원리를 도출하고 이에 따른 원칙을 수립한 뒤 세부방안을 검토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최종 결단을 내리시면 강력한 정책집행을 요구하시고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현장을 확인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적극적인 독려를 통해 정책추진 완성을 주문하셨죠. 이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이 가능하지 않았나 봅니다. 지도자가 똑똑해야 합니다. -지난 50년간 한국 경제발전의 터를 닦은 주역으로서 향후 50년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무얼 먹고 살아야 할까요. ▦1978~1979년에 만든 2000년대 국토 구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 계획에 따라 경제정책을 꾸려가려고 했어요. 박 전 대통령도 상당히 애착을 가지셨죠. 당시 결재를 곧바로 안 하셨는데 서거 후 집무실에 가보니 '2000년대 국토구상'과 '2000년대 기본구상 보고서'가 서재 탁자에 올려져 있더군요. 그 옆에는 스탠드돋보기도 있었고요. 그때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그걸 집행했을 겁니다. 이 보고서에는 국토활용부터 인구 문제까지 기본적인 계획들이 다 담겨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