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무법자 "나 잡아봐라"
단속수법 첨단화 불구 새벽시간 틈타 활개
사이버 세계에서 '인터넷 무법자'들과 경찰의 끝없는 숨바꼭질이 벌어지고 있다.
1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이 날로 늘어나는 인터넷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인원을 늘리고 단속 수법을 첨단화할수록, 범법자들의 수단도 날로 지능화돼 쫓고 쫓기는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상용 프로그램 등을 불법으로 공개하는 와레즈 사이트 운영자들이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짜낸 묘안은 단속 취약시간대인 심야나 새벽시간을 틈타 움직이는 '올빼미식' 활동이다.
최근 들어 와레즈 사이트 운영자들이 경찰 단속의 `무풍지대'로 지목한 시간은 공휴일 새벽 4∼6시로 인력이 부족한 경찰의 약점을 파고든 것.
새벽시간 이들의 출몰이 빈번해지고 있으나 실제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 시간에 당직자 2∼3명만이 컴퓨터 앞에서 신고 접수와 악질 음란사이트 검색 등 기초적인 단속만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으로 음란 CD를 파는 장사꾼들이 영업 장소로 PC방을 선택, 이곳 저곳의 PC방을 옮겨 다니며 '치고 빠지기'식으로 거래를 하는 것은 고전적 수법이다.
이들은 타인의 신분증으로 은행계좌를 개설한 뒤 PC방을 돌아다니며 음란 CD 주문을 받고 택배로 물건을 배달, 경찰의 단속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자택에서 주문을 받거나 직접 음란 CD를 주문하는 사람을 만나 물건을 건네는 경우 경찰이 쉽게 단속할 수 있지만 PC방을 전전하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면 검거될 가능성도 적어 진다.
경찰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것도 PC방을 이용한 범죄. 경찰은 IP 주소를 추적,이들이 즐겨찾는 PC방에 잠복해 이들의 꼬리를 밟으려 하지만, 이들 범죄자들에게 한번 간 PC방은 다시 찾지 않는게 철칙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범죄 단속에 관한 한 한국 경찰의 수준도 세계 정상급이지만 단속을 피하려는 노력도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한번 잡혀났다 풀려난 범법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범죄수법을 만들어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