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의 할인ㆍ할증 체계가 사고 경중을 중시하는 점수제에서 사고 건수만을 따지는 건수제 체계로 전환된다. 할인ㆍ할증 체계가 개편되기는 지난 1989년 점수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선진 안전교통문화 유도 등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보험 할인ㆍ할증 개편안을 마련하고 오는 28일 공청회를 거쳐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의 자동차보험 체계는 접촉사고 다발자 등 상습 사고 유발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보험료 부담을 지우지 못하는 반면 우연히 발생하는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과중한 보험료 할증을 매기는 구조"라며 "이 같은 불합리한 구조를 시정하기 위해 사고 경중에 관계없이 사고 건수에 따라서만 할인ㆍ할증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 형평성 제고 기대=현행 할인ㆍ할증 체계에서 사망사고는 4점 등 높은 벌점이 매겨지지만 가벼운 접촉사고는 0.5점에 불과하다. 대인사고의 경우에는 부상 등급에 따라 1점에서 최고 4점까지 매겨진다. 이러다 보니 우연히 발생하는 사망 등 중한 인사사고가 나면 점수가 확 뛰고 가벼운 접촉사고의 경우에는 여러 번 나도 그리 크지 않은 할증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자동차 차량 대수가 많지 않아 사망 등 중한 사고 건수가 많았지만 현재는 차량이 1,900만대에 이르면서 경미한 대물 접촉사고에 따른 보험금이 점점 많아지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사고 다발 가입자가 유발하는 보험금이 많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이들에게 보험료 할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반면 이들 가입자 때문에 늘어나는 보험금을 우연히 중한 인사사고를 내는 가입자들이 과도하게 내는 구조였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사고 경중에 관계없이, 인사냐 물적 사고냐에 상관없이 사고 건수에 따라 할인ㆍ할증하는 체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그리 많지 않던 시절에는 중한 대인사고 등에 따른 보험금 지출이 많았지만 현재는 대물사고에 따른 보험금 비중이 60%로 대인 비중을 훨씬 앞질렀다.
◇안전교통문화 정착 유도 효과=건수제로 전환할 경우에 가입자의 자동차보험료 할인ㆍ할증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 선진 안전교통문화를 유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잦은 접촉사고가 보험료 할증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들 경우에 자연스럽게 가입자의 안전 운전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선진국은 보험 가입자 간 부담료 형평성과 안전 운전을 유도하기 위해 건수제로 운용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지난 1993년에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전환했다. 1등급부터 20등급까지 구분해 할인ㆍ할증하고 있다. 최초 가입자는 6등급에서 시작해 무사고이면 1등급 상승하고 반대로 대인ㆍ대물사고가 발생하면 3등급이 내려가 할증되는 구조다. 1등급 내려갈 때마다 10% 상승해 20등급은 최고 50%가 할증된다. 무사고이면 점점 할인율이 높아져 1등급이면 최고 60%가 할인된다. 긴급 출동 서비스나 자손사고는 1등급이 내려간다.
현행 제도에서는 운이 없어 티코 차량이 아닌 벤츠 차량을 파손할 경우 수리비가 많이 들어 1점을 부과받게 된다. 수리비가 200만원을 넘을 경우에 1점으로 1등급 할증이 되는데 대부분 외제차는 수리비가 200만원을 넘기 때문이다.
또한 인사사고의 경우 부상 등급 정도가 의사의 판단 등에 따라 상당히 주관적이라 중한 부상 등급을 받기 쉬워 높은 할증 점수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인사사고도 접촉사고처럼 1개 건수로 산정될 경우 이 같은 불합리가 제거되는 효과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