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핵실험등 불안요인 불구 北근로자 평온<br>생산제품 점차 늘고 기술수준 향상에 큰보람<br>올해는 공장증축해 생산량 대폭 확대등 계획
| 북핵사태와 한미 FTA협상에서의 논란 등으로 지난해 커다란 위기상황을 맞았던 개성공단의 로만손 공장에서 북측 근로자들이 시계를 분주히 조립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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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북핵 사태 등으로 마음고생이 많았지만 올해는 복스러운 돼지 해를 맞아 개성공단도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시계업체인 로만손의 오문표(49) 개성공단 법인장의 새해 소망이다.
북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의 개성공단 생산 제품에 대한 '한국산 인정불가'문제 등으로 출범 후 최대의 위기상황을 맞았던 공단 위상이 올해는 대내외 모든 환경을 뛰어넘어 한 단계 도약하길 기대한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신정 연휴를 2일까지 지내는 북한의 풍습 탓에 3일 오전 개성공단으로 출근한다는 오 법인장의 얼굴에서는 새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이처럼 묻어 나왔다.
로만손이 개성공단에서 협력업체들과 함께 협동화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8월. 이에 앞서 공장을 건축하기 시작한 2005년 초기부터 개성공장을 책임져 온 오 법인장은 현재 개성에서 북측 근로자 900여명을 포함, 1,0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과 생활하고 있다.
현지에 상주하며 2주일에 한 번씩 업무 보고를 위해 금요일 오후 서울로 귀경하는 오 법인장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점차 늘어나고 기술 수준이 향상되는 것을 지켜보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밝혔다.
로만손은 그래서 올해 현지 생산량을 50만~60만개로 대폭 확대하고 현재 2,600평 규모의 공장을 1,000평 정도 증축하는 등 개성공단 공장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오 법인장은 "현재 밴드ㆍ케이스ㆍ글라스 공정과 완제품 조립 라인은 가동되고 있는데 도금 공정이 빠져 있다"면서 "공장을 증축하면 도금협력업체 가운데 내실 있는 한 곳을 선발해 협동화공장에 입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오 법인장은 특히 "현지 입주업체들의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불가피하게 초과근무나 특근을 해야 하는데, 북측 당국이나 근로자들은 정규 시간 이외에 일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 대안으로 2교대나 3교대를 하는 방안을 태성산업ㆍ삼덕통상 등 4~5개 업체에서 먼저 추진했고 그 성과가 좋아 로만손도 2교대를 일부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는 2교대나 3교대 개념이 없었던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개성공단 내에 자본주의의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로만손은 이미 지난 두 달 동안 북측 근로자를 100명 이상 충원해 놓았다.
한편, 지난해 10월 북한 핵실험 여파에 대해 그는 "당시 국내는 물론 국제 사회가 큰 요동을 쳤지만 정작 개성공단은 생각보다는 평온했었다"면서 "이는 파견직원이나 북측 근로자 모두 외부의 불안으로 흔들리지 않으려고 더욱 더 일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특히나 개성공장에 파견된 직원들은 입주 초기부터 북측 근로자들과 '정치'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 게 불문율처럼 되어 있다고. 파견 직원들이 공단 내 기숙사의 위성 방송을 통해 국내 뉴스를 접하고는 있지만 북측 근로자들과 이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일은 없다.
북측 근로자들 역시 남측 직원들과 '애가 몇이냐' '명절은 잘 보냈냐'는 등 개인적 대화를 주고받을 뿐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개성공단은 오는 19일 최불암ㆍ강부자ㆍ이덕화ㆍ송기윤씨 등 연예인 50여명이 참석하는 신년맞이 이벤트를 갖는다. 중소기업 이미지 개선과 홍보활동을 위해 연예인 80여명으로 발족한 '중소기업 성공을 돕는 사람들'(대표 송기윤) 멤버들인 이들이 개성공단을 방문해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제품에 대한 홍보 활동을 해주기로 한 것.
오 법인장은 "개성공단이 모든 대내외 어려움을 이겨내고 남북간은 물론 세계 평화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상징으로 인식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