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주도의 대(對) 이라크 공격에 브레이크가 걸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3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 지원안을 거부하는 등 이라크전 해법을 놓고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서방진영의 분열은 빠르면 이 달 말로 예상되는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에 결정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유럽 갈등 갈수록 고조=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등 나토 회원국 3국은 10일 이라크 전쟁에 대비해 미국과 터키가 요구한 터기 방위 계획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서방의 최고 안보기구로 군림해 온 나토가 회원국의 안보지원 요구를 거부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미국은 이들 3국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 비판하며 나토의 지원과 관계없이 독자적인 전쟁을 강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 이라크전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 주요국간의 외교갈등이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유럽 내부의 분열도 심화=이라크 해법에 대한 갈등은 유럽연합(EU), 즉 유럽 내부의 분열도 심화 시키고 있다. 현재 영국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전폭 지원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무조건적인 이라크 공격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나름대로 유엔 차원의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EU는 그 동안 국제사회에서의 공동외교를 표방해 왔지만 이라크 위기 이후 회원국간 입장 차이만 커지고 있다.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을 제외한 여타 회원국들도 두 패로 갈려 해묵은 불화와 분열을 노출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미ㆍ영의 독자적 공격은 힘들어질 듯=영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미국은 오는 14일 유엔 무기사찰단이 제시할 보고서 내용이 부정적일 경우 이라크 공격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동의를 얻어 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나토를 비롯한 서방진영의 분열이 단기간에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미국과 영국의 `독자적인` 이라크 공격은 더욱 힘들어 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미국이 나토의 군사 협조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이라크도 U2기를 비롯한 정찰기의 영공 비행을 허용하는 등 유엔의 사찰강화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 금융시장은 안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뉴욕 증시는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10일 상승세를 보였으며, 달러화 가치 역시 유로화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또 국제 상품시장에서 유가는 배럴 당 35달러 아래로 떨어졌으며, 금값도 3주만의 최저치로 후퇴했다.
<한운식기자 wools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