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22일] 본받아야 할 마텔의 위기대응

“아버지의 마음으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신뢰를 찾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지난해 중국산 제품의 납 성분 검출로 리콜을 실시했던 장난감 왕국 마텔(Mattel)의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에커트의 사과문 내용이다. 에커트는 변명보다 장난감을 사주는 부모의 마음으로 사과의 메시지를 던지고 포괄적인 리콜과 전 제품 검사라는 결정을 내렸다. 소비자의 마음이 움직였던 것인지 지난해 4ㆍ4분기 마텔의 실적은 예상을 깨고 오히려 15%나 늘어났다. 지난주 유통업체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다. 홈플러스ㆍ홈에버의 직원이 고객정보를 팔아 넘긴 것과 옥션의 정보유출 피해 규모가 1,081만명에 달한 것. 이들 사건 모두 경찰의 수사발표로 드러났지만 업체들의 대응책은 차이가 난다. 홈플러스와 홈에버는 개인정보유출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에 바빴다. 일단 자기네는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경찰의 수사발표 이후의 대응책도 나온 게 없다. 심지어 누구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어떤 정보가 유출됐는지 공개하지도 않았다. 옥션 역시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이들 업체보다는 그나마 낫다. 홈페이지와 회원 e메일에 사과문을 올리고 회원이 직접 정보유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의 해킹사고라는 불명예와 줄소송이 예고된 상황이긴 하지만 정보유출 사실을 감추기에만 급급한 대형마트보다는 그래도 나은 점수를 주고 싶다. 유통업체나 제조업체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사고는 어느 업체에서나 터질 수 있다. 하지만 사고가 터진 뒤 그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모습에서 소비자들은 용서의 마음이 생긴다. 사상 최악의 리콜 사태를 겪은 마텔의 위기관리 원칙은 간단하다. 진심으로 사과한 뒤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불가항력으로 사고나 실수가 생길 수 있지만 그 이후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는 전적으로 기업의 몫이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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