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유이(太陽有耳)'"운명에 맞서는 여인의 비통함"
중국이 배경이 된 영화엔 유난히 붉은 이미지가 많다. 「붉은 수수밭」「태양의 제국」「홍등」그리고 「태양유이」까지. 영화 전체를 덮고 있는 이러한 붉은 색감은 혁명과 사상투쟁으로 점철돼 온 중국의 근대사와 그러한 격동의 세월을 헤쳐나온 그들의 삶을 표현하기가 가장 적절한 색깔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무껍질로 허기를 채울 수밖에 없는 가난의 서러움과 권력에의 두려움 때문에 아내까지 내줘야 했던 빈농의 비참함, 늘 상황에 의해 지배를 받던 한 여자가 결국은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마저 죽인다는 내용의 「태양유이」속 붉디붉은 태양은 영화 내내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여주인공에게 한결같이 따스하다.
배고픔과 정조 사이에서 갈등하던 주인공 유유는 무식하고 거칠기만한 남편 천우에게서 느끼지 못한 삶의 여유로움과 따스함을 반호에게서 발견하며 점차 그에게 빠져든다. 그러나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열차강도 인질들을 다루는 반호를 보면서, 그를 사랑함과 동시에 증오하는 자신의 이중적 감정에 괴로워한다.
한편 반호에게 빼앗긴 아내를 되찾기 위해 필사적인 천우는 반호에게 불만을 품은 군 내부 세력의 힘을 빌어 그를 모함하지만, 반호는 번번히 위기를 모면한다.
중국의 역량있는 제작자 장유와 홍콩감독 엄호가 만든 이 영화의 스태프들은 세계적 거장 장예모 감독과 함께 작업했던 이들로, 장춘과 베이징, 상하이등 중국의 유명한 영화제작소에서 선별한 인재들로 구성됐다. 지난 96년 베를린 영화제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8일 개봉. 입력시간 2000/07/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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