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외롭다. 주말에는 혼자 있으니 새벽에 찾아오라고 수 차례 요구했습니다. 스타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뿌릴 칠 수 없어 숙소로 찾아갔다가 성폭행 당했습니다. 다들 이런 경험이 있다는 말을 믿고 경찰에 신고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21일 서울 서초경찰서. 올해 20살의 여성 박모 씨는 회한의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지난 2년 동안 연예기획사 S사 대표 김모씨(38)에게 수천만원의 돈을 빼앗기고 성폭행까지 당한 고통을 털어놓았다.
박씨는 지난 2001년 말 S사의 오디션을 통과했다. 당시 그는 여고 3학년이었다. 몸을 허락하는 것도 `스타가 되는 과정`으로 참아 왔다. 하지만 그 뒤 몇 개월이 지나도 연예인으로 데뷔시켜 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박 씨의 항의에 김씨는 “연예인이 되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한술 더 떴다. 미성년이던 박 씨는 자신의 어머니 명의로 한 캐피털사에서 2800만 원을 대출받고, 신용카드로 500만 원을 빌려 지난해 6월 김 씨에게 건네줬다고 말했다.
박 씨와 함께 이날 조사를 받은 여성은 대학 재학생을 포함해 13명. 옆에 있던 가수 지망생인 최모씨(여·25)는 지난해 말 인터넷을 통해 S사에 지원, 면접에 합격했다.
사무실로 찾아가자 김 씨는 `데뷔`를 미끼로 엉뚱한 요구를 했다고 최 씨는 진술했다.
"연예인이 되고 싶어? 그럼 옷 좀 벗어봐라, 몸매를 봐야지.” `끼`를 알아보는 테스트를 한다던 김 씨는 최 씨를 그 자리에서 성폭행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국내 유명 인터넷 음악사이트에 오디션 공고를 내는 방법을 통해 자신을 그럴싸하게 포장, 피해 여성들이 `스타의 꿈`에 계속 매달리도록 속여왔다고 경찰은 말했다.
김씨가 이 같은 방법으로 연예인 지망생 13명으로부터 신용카드 등을 받아내 3000만~8000만원씩 모두 4억원을 뜯어 썼다. 서초경찰서는 김 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김 씨는 피해 여성들의 주장을 부인, 성폭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경찰이 조사중이다.
<박창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