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 私기업 '새옷' 입다포항제철이 설립 32년 만에 공기업에서 사기업으로 탈바꿈한다.
산업은행의 보유지분 매각에 따라 정부가 갖고 있는 포철 지분은 모두 정리된다. 현재 기업은행이 4.89%의 포철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는 BIS 결제기준을 맞추기 위해 정부가 출자한 것으로 기업지배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 포철은 17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민영화와 함께 한진에 이어 6위권의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부상하게 됐다.
◇포철의 소유구조=산업은행의 지분 매각과 함께 외국인투자자들이 46.5%의 지분율을 확보하게 됐다. 이밖에 주요 주주는 투신사 8.5% 은행 4.4% 보험사 1.8% 등으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포철의 경영권을 좌우할 만큼 절대적인 지분을 확보한 대주주는 없다.
단, 기존 동일인 소유지분한도(3%)가 해제됨에 따라 특정 세력이 주식매집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설 수는 있다. 하지만 포철은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이미 여러 장치를 마련한 상태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99년 도입된 전환우선주발행제도이다. 전환우선주는 우선주에 대해 발행일로부터 일정기간 내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총 발행주식수의 25% 범위 내에서 발행할 수 있다. 포철은 전환우선주발행을 통해 적대적 M&A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특정 세력이 주식을 매집해도 당장 경영권을 장악하기는 어렵다. 주주들이 이사후보를 추천해도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사선임 및 육성보상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거부하면 이사로 선임될 수 없다.
한편 이같은 제도적 장치로 포철의 경영은 내부 경영진을 비롯한 이너서클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전망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포철과 철강산업의 미래=일단 민영화는 포철이 경영효율을 제고할 수 있는 호재로 평가된다. 정부가 인사를 비롯한 포철경영에 대해 간섭할 명분도 수단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철은 외풍에 신경을 쓰지 않고 경쟁력 제고에만 주력할 수 있다.
포철은 이미 사외이사 중심의 경영체제를 수립,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포철은 앞으로도 이같은 지배구조를 통해 경영효율 및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포철은 앞으로 정보통신산업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확대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해나갈 방침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민영화를 계기로 포철이 자율적으로 가격정책 등을 수립, 집행함에 따라 주주가치를 더욱 높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같은 합리적인 경영은 궁국적으로는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그간 포철은 공기업이라는 굴레 속에 가격정책을 수립하면서 국내수요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문재기자TIMOTHY@SED.CO.KR
입력시간 2000/09/2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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