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2003 시즌은 스타 부재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 가운데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일었다.
올해 열린 11개(CJ나인브릿지클래식 제외) 대회 가운데 2승 이상을 올린 `국내파` 선수는 김주미(19ㆍ하이마트) 단 한명에 불과했을 만큼 두드러진 스타 플레이어가 드물었다. `해외파`가 출전한 대회에서는 박세리(26ㆍCJ)가 1승(MBC X캔버스여자오픈), 김영(23ㆍ신세계)이 2승(KLPGA선수권, SBS최강전)을 거두는 등 국내파가 힘을 쓰지 못했고 한국여자오픈에서는 아마추어 송보배(제주삼성여고ㆍ이후 프로 전향)에게 우승컵을, 2위를 차지한 초청선수 베스 바우어(미국)에게 우승상금을 내주는 등 맥없는 모습을 드러냈다.
스타 실종의 가장 큰 원인은 최근 `주축급` 선수들이 잇따라 해외로 빠져 나간 데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안방을 지켜왔던 강수연(27ㆍ아스트라)과 김영이 올해부터 `LPGA 코리아군단`에 가세했고 국내파의 `간판` 노릇을 했던 정일미(31ㆍ한솔홈데코)와 이미나(23)마저 시즌 중반부터 미국무대를 노크하면서 전반적인 무기력증이 심화됐다. 이미 정일미와 안시현(19ㆍ코오롱)의 내년 LPGA 진출이 확정됐고 이미나, 임성아(19ㆍ휠라코리아), 이선화, 배경은(이상 18ㆍCJ) 등도 2부 투어를 발판 삼아 `아메리칸 드림`을 꾀하고 있어 벌써부터 2004 시즌 국내 여자프로골프의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주미의 활약은 신선한 희망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 단체전 우승 뒤 프로로 전향한 김주미는 박세리, 이미나에 이어 사상 3번째로 신인상과 상금왕, 다승왕 등 3관왕에 올랐고 올해의 선수상 격인 KLPGA대상까지 휩쓸어 차세대 주자로 자리 잡았다. 상금왕을 아깝게 놓친 전미정(21ㆍ테일러메이드)과 올해 2부투어(드림투어) 상금왕 김나리(18ㆍ분당중앙고), 한국여자오픈 우승자 송보배, 박원미(18ㆍ하이마트)와 2년차 윤지원(20ㆍ휠라코리아) 등도 강자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였다.
대회 수에서 지난해 15개보다 4개가 줄어들고 드림투어를 스폰서 없이 자체 소화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여자프로골프가 내년에는 세대 교체 바람에 힘입어 스타 부재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