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창간41돌/대담] 장재식 산자부 장관-박용성 상의회장

'한국경제의 진로와 정부와 기업계의 협력방안'세계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수출이 급감하고 기업들의 투자부진이 심화되는 등 우리 경제의 항로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경제신문은 창간 41주년을 맞아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함께 '한국경제의 진로와 정부와 기업계의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장 장관은 "국내기업들이 외국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더 제고해야 하며 2차 기업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 구조조정은 인력감축에만 집중됐지 기업의 구조를 바꾸는 진정한 의미의 구조조정은 해보지도 못했다"며 "이벤트성으로 끝나지 않고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태어날 수 있는 확실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석자: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회자: 김진동 서울경제신문 주필 일시:7월18일 오후6시 장소:서울경제신문 8층 회의실 ◇사회자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어려워지고 남미경제도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세계경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우리 주식시장의 미국 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미국경제가 회복되지 못하면 우리도 계속 힘들지 않겠습니까. 일본도 불안하고요. 전체적으로 경제전망이 상반기에 생각했던 만큼 밝지 않습니다. 우리 경제는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일본경제가 좋아지면 그때 가야 점차 호전될 것입니다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 세계경제가 나쁜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미국경제가 둔화 상태에 있는 것이지 아직 침체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미국정부가 6차례에 걸친 금리인하와 대규모 감세정책을 취하면서 그 효과가 하반기에 점차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미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정보기술(IT) 부문의 회복'과 '첨단기업들의 기업실적 개선'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일본경제는 성장률과 물가가 동시에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내수와 해외수요 부진 등으로 인해 산업생산과 수출도 감소추세에 있습니다. ◇사회자 국내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면서 성장기반까지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언제쯤 국내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십니까. ◇장 장관 올해 경제성장률을 3~4% 이상으로 본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산업현장에서 보는 우리 기술은 대단하고 기업가의 의지도 강해 우리 경제는 희망이 있으며 앞날도 아주 밝다고 생각합니다. 외환보유액도 1,000억달러에 육박하고 하반기에는 IT 부문의 구조조정 진정, 미국 연방금리 인하와 감세효과 가시화 등으로 미국경제의 하락세가 멈추고 완만한 회복세로 전환될 것입니다. 우리 경제도 4ㆍ4분기부터는 회복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박 회장 올해 경제성장률이 3~4% 정도 되고 실업률이 3%대를 유지하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꾸 경제가 안 좋다고 합니다. 우리 경제가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겪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전 세계가 열병을 앓는 와중에 우리나라에 약간의 증세가 있다고 해서 '중병이니까 수술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사회자 추가적인 금리인하와 적자재정 편성, 세제감면 등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만약 필요하다면 수단은 어떤 것이 바람직합니까. ◇장 장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한적 경기조절정책 수준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은 인플레이션과 물가불안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부양이라는 관점보다는 국내기업들이 외국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금리를 더 내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업들이 싼 금리로 자금을 빌려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이자를 더 내려야 합니다. ◇박 회장 일본은 금리가 2~3%인데 우리는 프라임레이트가 8%를 넘고 평균은 10%가 넘는 실정입니다. 미국 매킨지컨설팅도 우리 상장사의 3분의2가 부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는데 일본기업에 우리 이자율을 적용하면 전체가 부실해질 것입니다. 우리 경제수준에 비해 고금리인 것은 분명합니다. 금리를 더 내려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더 중요한 것은 경기부양보다 4대 부문 구조개혁에 좀더 박차를 가하는 것입니다. 아직 구조를 정말 바꾸는 진정한 구조조정은 시작도 못한 상태입니다. 이제부터라도 경쟁력 있는 산업구조와 기업으로 태어나려면 구조개혁을 해야 합니다. 다른 데 신경쓰지 말고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해야 합니다. ◇사회자 투자와 수출이 너무 위축돼 잠재성장력까지 잠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효과적인 투자와 수출확대 방안은 없을까요. ◇박 회장 기업가는 돈을 벌 가능성만 있다고 판단되면 사채라도 얻어 투자합니다. 정부가 투자세액 공제나 업종별 저리대출을 한다고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기업이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합니다. 또 석유화학 등 과잉 생산능력으로 골치인 업종별 산업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고 일본 등과도 국가간 구조조정을 통해 공생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장 장관 투자가 마이너스 5%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성장률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투자가 나쁘지만 전반적으로 아주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부가 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실시하려는 것은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려는 의지의 표명으로 투자세액 공제가 전혀 도움이 안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수출대책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먼저 수출시장을 다변화시켜야 합니다. 특히 중국ㆍ중동ㆍ중남미 등 성장시장을 집중 공략해야 합니다. 또 발전기자재, 자동차 부품 및 전자부품 등을 가지고 미국ㆍ일본 등 기존 주력시장의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둘째, ITㆍ극미세기술(NT)ㆍ생명기술(BT)ㆍ환경기술(ET) 등 신기술과 전통산업을 접목해 수출상품을 고급화시키고 신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IT 기술을 개발해 세계에서 1등 가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수출금융ㆍ보험지원 확대 등 정부지원을 더 해야 합니다. ◇사회자 최근 벤처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IT 산업이 시들해진 반면 제조업은 살아나면서 수출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은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까. ◇장 장관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높습니다. 수출비중을 보면 반도체ㆍPCㆍ통신기기 등 IT 분야(34.1%)보다는 자동차ㆍ조선ㆍ기계 등 전통산업(65.9%)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당분간 전통산업이 우리 경제의 성장과 수출을 지탱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통산업의 IT화, 부품소재산업 육성 등 제조업의 경쟁력과 고부가치화 시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간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입니다. 또 부품소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부품ㆍ소재 기업의 전문화와 대형화를 추진하고 10년간 2조원에 달하는 부품기술개발자금을 지원할 것입니다. 아울러 ITㆍBTㆍNTㆍET 등 4대 신기술 산업이 우리 경제의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기술과 핵심부품 개발 등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박 회장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앞으로 몇년 먹고 살 것은 제조업에서 나옵니다. 닷컴 환상에 빠져 제조업에 소홀해진 측면이 있습니다만 제조업에서 IT를 적극 활용해 저렴하게 원료를 사고 효율화를 꾀해야 합니다. '굴뚝에 IT 날개를 달아주자'는 것이죠. ◇사회자 정부가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풀어준 데 이어 또다시 2차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규제완화의 현실성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 회장 정부가 대한상의 등과 함께 54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기업현장을 샅샅이 훑어보면서 규제를 풀려고 노력하고 있고 실제 숫자상으로도 많이 풀었습니다. 다만 원천적인 규제를 놓아두고 작은 가지만 치면 규제완화를 느끼기가 쉽지 않죠. 정부보다는 금융기관이 (기업경영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것이 안되고 있습니다. 기업과 금융기관ㆍ정부 모두 규제에 대한 체크가 되지 않아 업종별 과잉생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죠. ◇장 장관 박 회장 말씀처럼 2단계 기업규제 혁파를 철저히 추진해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풀고 수출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입니다. 시행령 개정 등 행정부가 조치할 수 있는 사항은 연말까지 조치를 완료할 것입니다. 또한 지난 6월 발표한 수출 관련 규제완화조치의 효과가 가시화되도록 이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입니다. ◇사회자 장기적으로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체질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는데 어떻습니까. ◇박 회장 80년대 미국 기업들이 인원을 자르고 매각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할 때 우리와 일본 기업들은 투자를 계속 하고 인재육성을 외쳤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90년대에 10년간 장기호황을 누렸지만 일본은 장기불황에 빠졌고 우리는 IMF 사태를 겪게 됐죠. 구조조정만이 살길이라는 역사적인 증명입니다.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비극입니다. 그러나 비극은 비극으로 끝내야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다시 찾게 됩니다. 물론 감량경영과 구조조정을 동일시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장 장관 정부는 제한적인 경기조절 정책을 쓰는 것과 아울러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부채비율을 줄여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구조조정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기업과 금융 부문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사회자 경제가 침체로 어려워지면서 정부와 기업간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양측이 협조적인 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입니까. ◇장 장관 산자부는 '기업을 위한 부처'라는 입장에서 기업에 애정을 가지고 이해하고 도와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직원에게도 기업들의 애로를 스스로 찾아 해결해주려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박 회장 일부 지방상의 회장들은 제가 야당 투사가 될 것을 요구하지만 저는 분명히 정부와 상의는 동반관계이지 대립관계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자 끝으로 정부와 기업을 대표해서 각각 주문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박 회장 국민의 정부가 1년반 남았는데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과거에 내놓은 훌륭한 정책들을 유지하고 밀고 나가야 합니다. 기업들은 집단소송제 등 여러 불만이 있습니다만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사외이사제 실시 등 기존 정책을 우선 제대로 실시해야 합니다. ◇장 장관 지금 우리 기업들은 너무나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정부는 기업이 건전하게 발전하고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들은 기술을 개발하고 좋은 상품을 생산해야 하며 상품을 고급화하고 다양화해서 수출도 많이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과 정부가 한데 뭉쳐 국민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정리=고광본기자 kbgo@sed.co.kr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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