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은 객석과의 대화·교류"'지리 칼리안 이후 최고의 안무가'로 불리는 나초 두아토(45)가 소속 스페인 국립무용단을 이끌고 방한중이다.
이들의 첫 내한공연은 21~23일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데, 22일은 한국과 스페인의 월드컵 8강경기가 예정된 날이기도 해 이채를 띈다.
"지명도가 아주 높은 것도 아니고 세계적인 스타가 있는 것도 아닌 저희 무용단을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럽 현대발레의 새길을 연다'고 평가받는 그지만 자세와 품성은 놀랍도록 겸손했다.
"무용은 범세계적인 언어이자 축하연입니다. 동아시아 순회 공연 중인데 양 문화가 서로를 이해케 되는 현장이 감격스러웠습니다. 이런 '춤을 통한 마술'을 통해 저희와 관객 모두 많은 것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나초 두아토의 작품은 지난 1988년 프랑스 리옹 오페라 발레단의 내한 공연을 통해 단 한번 국내에 소개된 적 있다.
83년 만들어진 두아토의 첫 안무작 '닫혀진 정원(Jardi Tancat)이 당시 공연됐는데 국내 관객 사이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섬세한 음악적 감수성과 탁월한 안무력,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고도의 동작과 스페인 특유의 정열이 '특정 양식'을 찾기 힘든 그의 춤을 대변하는 키워드다.
"제 안무의 원천은 음악입니다. 늘 음악을 듣고 기다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안무와 동작이 시작됩니다. 제가 음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나를 택하는 셈입니다"
그의 작품에선 또 바로크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세 작품 중 두 프로그램이 바로크 음악에 기반하고 있을 정도. '한 안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바로크 음악에 눈떴다'고 밝힌 두아토는 '바로크 음악엔 수천 수만 가지의 길이 있으며 또 모든 사람에게 잘 알려져 있어 상호 교류에도 탁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를 후계자로 지목하고 발탁, 9년간 함께 한 지리 칼리안에 대해서는 "초기엔 그의 몸짓들이 내 몸에 박혀 벗어날 수 없었지만 '예술적 탯줄'을 끊을만한 시간이 지났다"며 "지금도 영감을 얻고 있지만 완전히 다르다"고 예술에 대한 고집을 분명히 했다.
또 "무용수라면 무용 뿐 아니라 인생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며 "관객과의 교류가 필수이기에 자기 생을 남과 나눌 준비가 있어야 하고 인간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