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11월 25일] G20 서울회의가 연 새 지평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은 '따라하기'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 지난 1960년대 이후 본격적인 경제개발 과정에서 한국의 따라잡기 목표는 일본이었다. 산업정책을 비롯한 경제정책과 제도전반에 걸쳐 일본은 거의 교과서적인 존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만물유전의 법칙'은 작동한다. 항상 일본이 앞서가고 한국은 뒤?아 가는 오랜 레이스 구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를 비롯한 일부 산업에서 보고 배우는 단계를 넘어 앞서가기 시작한 분야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하기' 벗어난 도전의 결실 더 흥미로운 것은 국가의 경쟁력이나 능력에 있어 '따라잡기 이론(catching-up theory)'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이다. 점프(jump)현상이다. 주요20개국(G20) 서울회의에서 한국이 보여준 능력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은 마당에 단기간에 '비즈니스 서밋'까지 기획해 성공한 것은 순전히 독자적인 능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서울회의의 최대성과는 앞으로 새로운 세계경제질서 구축에 있어 하나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서울선언'을 도출함으로써 미래가 불투명하던 G20 정상회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교량역할을 자임하며 개도국 개발의제를 정상회의가 고민해야 할 주요 어젠다로 설정하는 데 성공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이다. G20에 참여하지 못하는 많은 개도국들의 지지와 관심을 받고 있는 개발의제는 앞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20여명의 글로벌 기업인들이 참여한 '비즈니스 서밋' 역시 세계경제의 번영을 위한 정책권고안을 비롯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놓음으로써 글로벌 차원에서 민관협력의 장을 열었다. 차기 G20 정상회의 개최국인 프랑스가 '비즈니스 서밋'에 큰 관심을 갖고 한 수 배우기 위해 협조를 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늘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앞서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G20 정상회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선언을 비롯한 일련의 성과는 '위기 없는 글로벌 경제' '다 함께 번영하는 지구촌 실현'을 위한 값진 밑거름이 될 것이다. 지나친 자화자찬은 지양해야 하지만 정당한 평가와 활용에 인색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것은 G20이라는 세계 부자국 클럽에서 한국의 어젠다 주도력과 영향력이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쟁쟁한 선진국들을 따돌리고 G20 회의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의 산물이지만 서울회의는 글로벌 경제이슈에 대한 한국의 안목과 비전, 그리고 문제해결에 대한 열정과 대안제시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글로벌무대 위상과 역할 정립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한동안 국제적인 관심을 끈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무대에서 한국은 늘 수동적이고 받는 쪽이었다. 더구나 선진 몇 개국이 좌지우지해온 글로벌 이슈에 대해 당당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힘 있는 나라들의 동의를 끌어내는 일은 엄두도 못 내던 일이었다. 이번 G20 서울회의에 대해 일부 선진국들의 견제와 시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장애를 극복하고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새로운 가능성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한때 '경제동물'이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리더로서 대접을 못 받는 이유도 지구촌 전체를 위한 가치관과 기여가 적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싫든 좋든 글로벌 무대를 떠나 살 수 없는 한국으로서는 세계경제의 안정성장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이득이다. 따라하기 단계를 넘어 앞서가기 위한 과감한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