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평가나 실사도 사람이 하는 겁니다. 은행과 중소기업 사이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나정밀의 실사를 담당했던 원용명(사진) 국민은행 기업구조개선팀 차장은 중소기업 워크아웃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은행과 기업사이의 신뢰를 꼽았다.
원 차장은 “하나정밀에 자금지원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은행 동료 여직원들이 이 회사의 미용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본 다음”이라며 “주변 사람들이 이 회사 제품의 품질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것을 보고 사업성을 더욱 밝게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재무제표도 제대로 작성되지 않고 매출도 일정하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은행 직원이 그 기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은 자금지원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며 “평소에 은행 담당직원에게 회사의 내용과 현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 차장은 또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일시적인 자금난이 닥치더라도 은행에 이를 최대한 숨기고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이나 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각 은행별로 자체적인 내부기업개선작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 프로그램의 적용대상이 되는 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중소기업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내부기업개선작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주채권은행이면서 해당 기업의 총여신 가운데 자행의 여신비중이 40%이상인 기업과 대출규모가 10억원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 우리ㆍ조흥ㆍ신한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자체 프리워크아웃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은행 공동워크아웃 제도보다 각 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구조개선제도를 활용하면 자금지원 절차가 더 빠를 수 있다”며 “중소기업 경영진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 차장은 그러나 “지난해 신한은행과 하나정밀에 대해 공동실사를 나간 이후 아직까지 한 번도 중소기업 회생을 위해 은행들과 공동 실사를 나간 적이 없다”며 “은행들도 중소기업 워크아웃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