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0월 13일] 전통주 진흥 위해 지혜 모아야 할 때

'전통주 등의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지난 8월5일부터 시행됐다. 지난해 8월26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우리 술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를 한 것과 관련, 우리 술산업 발전에 있어 방해가 되는 전봇대를 뽑아내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전통주 등의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는 전통주산업의 진흥을 위해 전문인력 양성, 품평회 개최, 원산지표시, 품질인증 등 다양한 정책들이 담겨 있다. 중장기적인 전통주산업 발전을 위해 업계에서는 실로 반길 만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많은 전통주업체들은 법 시행에 있어 환영보다는 근심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예전에는 국세청하고만 일하면 됐는데 이제는 국세청은 물론 식약청과 농식품부와도 관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또한 품질인증 분야에 있어서는 영세제조업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형 주류 메이커를 위한 특별법이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한다. 우리 술산업 발전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것이 바로 술을 만들고 판매하는 업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조금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 우리 술 경쟁력 강화 방안이 발표되고 큰 틀에서 정리된 것이 바로 정부 부처 간 주류 관련 업무분담이다. 주세 관련 업무와 주류제조관리는 국세청에서, 주류의 위생관리는 식약청이, 전체적인 우리 술산업 진흥은 농식품부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그런데 관련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시어머니가 한 명에서 세 명으로 늘어났다고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관련 부처나 공무원은 이런 점을 잘 살펴야 한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이 법을 시행하는 것은 정부이지만 정부는 우리 술산업이 진흥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일 뿐이다. 법 시행에 있어 주류업계의 불만이 쌓인다면 모처럼 맞은 전통주산업 진흥의 호기를 잡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부처 간 업무분담이나 새롭게 만든 법률이 업계의 비난으로 멍들어버릴 수도 있다. 사소한 것이라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지난 일에 대해서는 아량과 관대함을 갖고 대하지만 똑같은 정도의 일이라도 눈앞의 일에 대해서는 불만을 갖기 쉬운 법이다. 관련 부처는 업계의 시어머니가 되기보다는 이끌고 밀어주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 품질인증에 있어 잘하는 기업뿐 아니라 잘할 수 있는 영세업체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또한 업계에서는 술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기사가 매일같이 터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물론 잘하고 있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잘나가는 몇몇 주류업체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주류업체들은 영세하기 그지없다. 주류업체 중 큰 기업을 제외하고는 기술력도, 자금력도 부족하다. 식품이라는 것은 당연히 엄격한 위생관리와 철저한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을 감안할 때 대기업과 똑같은 잣대를 우리의 전통주 제조공장에 적용한다면 이제 막 걸음마를 하고 일어서려는 전통주업계는 새로운 시설 도입을 하지 못하고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많은 전통주업체들에 희망을 줘야 한다. 따라서 관련 전문가들이 서로 만나고 토론하면서 이 법의 근본 취지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묘안들을 도출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술산업 진흥과 소비자에게 좋은 술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더 좋은 품질의 술을 더 위생적으로 제조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전통주 등의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의 목표다. 이제 막 법이 시행됐다. 전통주산업의 진흥을 위해 어렵게 만든 만큼 소기의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업계의 불만을 세밀히 살피고 전통주산업 활성화와 더불어 소비자에게 좋은 품질의 전통주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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