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손자병법] 요행과 실력을 냉정히 구분하라

'이익을 미끼 삼아 적을 유인한다.' 별안간 골프가 안 돼 정말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 라운드 도중 이것 저것 되는 게 하나도 없이 무너지면 '다시는 골프 안 친다'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뱉는다. 그런데 이렇게 거의 자포자기 상태가 됐을 때 이상하게도 볼이 턱턱 잘 맞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바로 마음을 비운 순간이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또 볼이 안 맞아 다시 때려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골프란 체력과 심리가 어우러지는 하나의 복합적인 스포츠다. 운동신경만으로는 숙달되지 않는다. 운동신경은 기본적인 체력조건에서 내게 가해지는 조건에 반사하는 신경이다. 볼이 날아오거나 자전거가 다가오거나 할 때 피하는 순간적인 반사 능력 같은 것이다. 골프는 순간적인 반사 운동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다. 볼을 치기 전까지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볼을 때리는 동작에 관해 수 많은 생각을 할 여유가 있다. 이 시간 동안 대다수 아마추어 골퍼들은 자신의 실력과 우연히 잘 맞은 샷을 구분하지 않는 실수를 저지른다. 대체로 자신에게 관대한 평가를 내려 실력인 양 믿고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숱한 미스 샷은 잊어버리고 어쩌다 한 번 잘 맞은 기적적인 샷만 기억하는 것은 눈덩이 스코어로 가는 지름길이다. 예를 들어 전방에 해저드가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3번 페어웨이우드로 완벽하게 맞아야 넘길 수 있는 거리라면 쇼트아이언으로 해저드 앞까지 끊어서 가는 편이 훨씬 합리적인 공략법이다.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플레이이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들도 한 라운드 동안 마음에 꼭 들게 때리는 샷은 몇 개 되지 않는다. 하나의 샷을 무의식적으로도 잘 구사하려면 5만 개 정도는 연습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위 구절이 실린 손자병법 시계(始計)편은 이해득실을 정확히 따져야 함을 강조한다. 요행을 요행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연습량을 늘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스코어도 빨리 낮아진다. 어쩌다 잘 맞은 샷은 '골프 신(神)의 유혹' 정도로 생각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