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류열풍을 이끌어낸 주인공이 바로 재일교포들입니다. 한류 열풍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정작 그 주역인 재일교포를 외면하는 한국에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일본에서 ‘수카라’란 이름의 한류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김수향(33ㆍ사진) ㈜아톤 한국지사 대표는 자신을 한국 문화를 일본에 알리는 ‘한일 교류 전도사’로 불러달라고 했다.
재일교포 3세인 김씨의 이력은 복잡하다. 총련계 조선학교, 일본 단기대학(2년제)을 나온 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동생을 따라 ‘부모 고향을 눈으로 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로 한국에 왔다.
1년 살다 보니 욕심이 생겼고 한국어학당에서 우리 말을 익힌 뒤 방송 코디네이터, 번역 일을 했다.
한국대학(서강대)도 다녔고 지난 2005년부터 ‘수카라’ 일을 도맡아 하는 중이며 홍대 앞에 일본문화 카페 ‘수카라’도 열었다.
“적극적으로 재일교포를 활용할 시점이 됐다”는 그의 ‘재일교포 활용론’은 간단하다. 재일교포야말로 일본에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전달해줄 ‘유일한 메신저’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한국인 차별이 심한 일본에서 그나마 우리 문화를 지켜온 건 조선학교입니다. 영화 ‘쉬리’를 수입하고 일본 지상파에 한국 드라마를 처음 소개한 사람들도 모두 조선학교 출신 동포들이에요.”
한일 양국 문화에 대한 이해는 그만의 경쟁력이다. 일본 현지 잡지라 생소하지만 ‘수카라’는 한국 문화를 일본에 깊게 알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개 한국 관련 잡지가 한국 연예인이나 맛집 소개 정도에 한정돼 있지만 ‘수카라’는 한국인도 잘 모르는 깊숙한 한국 문화를 일본인 눈에 맞춰 풀어낸다.
효자동 뒷골목, 전주 한옥마을 탐방부터 한복의 미학, 우리말 ‘죽겠다’의 다양한 활용까지 한국인도 놓치는 한국 문화가 소개된다.
“한류열풍 이후 일본에는 한국문화 ‘시장’이 형성됐어요. 한국어교실에는 가르칠 교사가 부족하고 연예인뿐 아니라 다양한 한국문화를 알고 싶어하는 일본인들이 많아졌죠. 특히 서울을 벗어난 지방의 고유문화와 여행지를 묻는 독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많이 알려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일본에 소개되지 못한 한국의 훌륭한 고유문화가 너무 많다”는 그는 “올 가을부터 ‘수카라’를 통해 일본인들에게 지방 구석구석의 잘 알려지지 않은 면까지 꼼꼼하게 골라내 소개할 계획”이라며 재일동포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