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잭슨홍+박미나, 무슨 짓을 한거야!

공동작업 아뜰리에 에르메스 12일까지 전시

'HUGGggLuxWhjKRX'은 박미나의 아이디어를 잭슨홍이 제작한 플라스틱 부조 작품이다.

박미나의 아이디어로 잭슨홍이 제작한 유화 '스플래시'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전시중이다.

젊은 미술가 박미나(36)는 빨강이나 노랑 같은 한가지 색도 수십 가지로 구별해 낼 수 있는 여자다. 그는 색채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고 인터넷 마니아들이 쓰는 ‘딩뱃(dingbatㆍ글자를 그림으로 치환한 컴퓨터 이미지 문자)’을 이용한 회화를 즐겨 제작해 왔다.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의 설치작가 잭슨홍(38)은 기계와 공학이 익숙한 남자다. 용도가 제한적인 제품을 제작하다가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원래 제작 의도에서 벗어난’ 작품을 만들면서 그는 순수미술계로 뛰어들었고 ‘의자’ 시리즈와 각종 오브제 작품으로 부조리를 역설해 왔다. 공통점이라곤 없는 두 사람이 5개월 동안 서로의 손과 눈, 머리가 되었다. 이들의 공동작업이 ‘라마라마 딩동’이라는 독특한 전시제목으로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전시 중이다. “같이 해 보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는 김성원 아트디렉터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2학기 같은 학교에서 같은 날 각자 강의가 있어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회화를 탐구하는 박미나와 디자인에 대해 고민하는 잭슨홍은 처음에는 말하는 방법이나 어휘가 너무 달라 소통이 쉽지 않았다. 주로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나눴는데 보내고 받기까지 시간차가 존재하는 이메일이 생각의 정제에 도움이 됐다 한다. “매체가 다른 우리를 두고 주변 사람들은 ‘잭슨이 오브제를 만들고 미나가 색칠을 할 것’이라는 뻔한 생각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뒤집었죠. 둘이 작업하는 매체를 바꾼 뒤 서로에게 작업을 주문했죠.” (잭슨홍) 두 대의 자동차가 충돌하는 장면을 그린 ‘스플래시’는 ‘미나가 만든 잭슨 작품’이다. 잭슨홍은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와 같은 과정을 거쳐 이미지를 제안했고 이를 박미나가 그려냈다. 두 자동차의 충돌은 두 작가의 충돌인 동시에 디자인과 회화, 기능과 목적의 충돌을 상징한다. 맞은 편 벽에는 녹색과 은회색 톤의 플라스틱 부조 작품이 걸려 있다. ‘잭슨이 만든 미나 작품’이다. 박미나는 딩벳 폰트를 활용한 2점의 회화를 건넸고 잭슨홍은 플라스틱 재료를 자르고 자동차 도료를 칠해 만들어 냈다. 박씨가 색상과 크기를 지정해주면 물리적인 제작은 홍씨가 맡았고 박씨는 그림을 그리듯 자유로웠고 홍씨 역시 입체적 배치가 흥미진진했다. 전시장 메인 공간을 차지한 설치작품 ‘라마라마딩동’은 2m 높이의 하얀 상자 주변을 1,000여개의 형형색색 입체 조각들이 채우고 있다. 공룡, 해골, 예수, 군인, 나무, 자전거, 고양이, 물구나무 선 사람…. 잭슨홍이 (박미나가 즐겨 사용하는) 이 딩벳폰트를 디자인하고 아크릴 재료를 깎아 만들었다. 박미나는 이들의 미묘한 색상을 결정했고 공간에 적절하게 배치했다. 전시장 구석 벽에 세워진 오리 빗자루에는 ‘무슨 짓을 한 거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는 관람객에게 던지는 일종의 질문으로, 협업에 대한 진솔한 논쟁의 지평을 열고자 하는 제안이기도 하다. 한편 복도 끝 작은 공간에는 놓치기 쉬운 설치작품 ‘퍽’이 있다. 잭슨홍은 “위에서 짓누르는 것을 상상해봤다”했고 박미나는 “아래에서 차 오르는 것을 떠올려봤다”고 해, 아래위가 막힌 목조 공간이 태어났다. 관람객은 정비소에서나 볼 법한 등받이 바퀴의자에 누워 작품 속(?)을 감상할 수 있다. 난해하고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굳이 뭔가를 이해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버리는 것이 작가와의 소통에 더 가깝게 다가서는 방법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유로움에 대한 도전이 절실한 상황이라면 더욱 의미있는 전시다. 12일에 막을 내린다. (02)3015-3248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