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짖지않는 견공 '방송위'

#1. 여=“00씨, 남자 친구가 계속 안주를 먹는데 음식 말고 다른 거 먹는 것도 좋아해요?” 남=“예? 뭐요?” 여=“에이, 왜 있잖아요.” 남=“저도 게임 후에 여자 분들 몸에 케첩 바르고 많이 빨아봤어요.” #2. 여=“유흥업소에 면접을 보러 갔었는데요. 저 보러 잘 치게 생겼다고 하는 거에요. 처음에는 주먹을 잘 친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3. 남=“술 먹고 취한 친구가 사우나에 안 가겠다고 해서 억지로 끌고 가 벗겼더니 팬티 속에서 똥이….” 케이블 방송에서 요즘 방영되고 있는 케이블TV 방송사(SO 혹은 PP) 자체제작 프로그램들에서 나오는 장면이다. 유료 방송이라는 케이블 방송의 특성상 무료로 누구나 볼 수 있는 KBSㆍMBCㆍSBS 등 지상파 방송보다는 자유로운 표현이 허용돼 있지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수준이 이미 도를 넘었다. 한 프로는 방송 첫 회부터 외국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꼈다는 지적을 받았다. 얼마 전 시사회를 가진 한 시리즈물은 여고생의 배변에서 교사가 성적 흥분을 느낀다는 내용을 담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감시 견(犬)인 방송위원회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작금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되는 자제 제작물은 ‘방종’에 가깝다. 물론 제작과 편성은 해당 채널사용사업자(PP)의 권리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많이 시청하는 음악 전문 채널 등에서조차 이런 자극적인 내용들이 범람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오죽하면 웬만하면 견뎌내는 네티즌들조차 격앙할까. 현행 방송심의규정은 ‘방송은 성(性)과 관련된 내용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해서는 D안되며 성을 상품화하는 표현을 해서도 안된다’ ‘방송은 저속한 표현 등으로 시청자에게 혐오감을 줘서는 안된다’ 등의 조항을 적시하고 있다. 더 이상 제작의 자유, 케이블만의 특성이라는 명목으로 ‘막가파’식의 케이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용납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제 방송위가 ‘짖어줘야’ 할 때가 됐다. 케이블 방송도 엄연한 방송으로써 기본적 의무와 책임이 있고 영향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뜻밖에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 거대한 흐름을 형성해내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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