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방송계는 방송통신 융합과 케이블TV 콘텐츠의 발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터넷TV(IPTV) 특별법이 제정돼 IPTV 상용화의 길이 열렸고 케이블TV는 대표 오락채널인 tvN의 성장과 자체제작 프로그램의 잇따른 성공으로 한껏 고무돼 있다. 이러한 과정을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는 게 바로 라이벌간 싸움. 올해 방송계 이슈를 라이벌간 대결로 풀어봤다. ◇ 디지털케이블TV 대 IPTV ‘방송사업에 대한 노하우냐 풍부한 자금력이냐.’ 지난 달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는 IPTV 법안인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안(가칭)’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주문형비디오(VOD) 형태의 ‘프리 IPTV’ 서비스를 했던 KT와 하나로텔레콤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실시간 방송을 할 수 있게 됐다. 케이블TV 업계로서는 IPTV 법안이 사업자에게 전국면허를 허용하고 자회사 분리를 강제하지 않아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업자들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수천 억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특히 지난 9월 기준으로 프리 IPTV 가입자 수는 74만명으로 디지털케이블TV의 가입자수(66만명)를 넘어섰다. 내년에는 실시간 방송, 주문형비디오(VOD), 데이터방송 등 동일서비스를 제공할 디지털케이블TV와 IPTV의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미드' 대 '자드' 올해 상반기 케이블TV는 ‘미드’(미국 드라마) 세상이었다. ‘프리즌 브레이크’, ‘CSI’, ‘그레이 아나토미’ 등으로 대표되는 미드의 인기는 하루종일 한 드라마를 연속해서 보여주는 ‘데이편성’으로까지 이어졌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인 배우 웬트워스 밀러는 ‘석호필’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미드’ 바람이 잦아들면서 ‘자드’(자체제작 드라마)‘가 쏟아졌다. MBC드라마넷의 ‘별순검’, OCN의 ‘메디컬 기방’, 채널CGV의 ‘8일’ 등은 작품의 완성도나 시청률 면에서 기존의 케이블TV의 한계를 뛰어 넘고 있다. ◇ 사극 대 의학드라마 2007년 지상파TV 드라마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사극. MBC ‘주몽’에 이어 KBS의 ‘대조영’, MBC의 ‘태왕사신기’가 고구려 사극의 인기를 이어 받았다. 특히 SBS의 ‘왕과 나’, MBC의 ‘이산’ 등 소재와 내용 측면에서 한 단계 수준이 높아진 조선시대 사극도 많이 나왔다. 의학드라마도 빼놓을 수 없다. ‘장준혁 열풍’을 몰고 온 MBC의 ‘하얀거탑’, SBS의 ‘외과의사 봉달희’, 현재 방송 중인 MBC ‘뉴 하트’는 의학드라마의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올해 MBC 연기대상의 유력 후보가 ‘태왕사신기’의 배용준과 ‘하얀거탑’의 김명민이라는 점은 올해 드라마 트렌드가 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 공영론 대 균형론 KBS 수신료 인상, 중간광고 허용, 광고단가 인상 등 올해 방송계를 뒤흔든 이슈는 공영방송론과 연결된다. 이들 정책의 추진 배경이 공영방송사의 디지털전환비용 마련과 유료방송시대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지원 성격이기 때문이다. 이는 케이블TV와 신문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매체 균형발전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쟁은 지난 4월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도 관련이 있다. 유료방송시장 개방에 따라 지상파의 공영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상파에 다채널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MMS(멀티모드서비스)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 때문에 나오고 있다. 결국 통신사업자의 방송시장 진입, 시장개방 등 밑그림 하에서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할 것인지가 주요 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 tvN 대 기타 채널 ‘tvN 현상’. 케이블TV 오락채널 tvN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자 다른 채널들이 이를 모방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올해 tvN은 ‘독고영재의 스캔들’, ‘tvNgels’ 등으로 케이블TV 선정성 논란에 불을 붙이며 인기채널로 떠올랐다. tvN을 모방한 아류 프로그램들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채널간 지나친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잡음도 있었다. tvN의 ‘리얼스토리 묘’, 코미디TV의 ‘알콜제로’는 조작방송으로 물의를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