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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2시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본사 체육관 앞. 그룹 내 각 계열사 임직원들을 태운 수십여대의 버스가 속속 도착한다. 때이른 추위를 뚫고 이들이 모여든 이유는 SK가 올해 처음 도입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SK'의 결선에 오른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객석을 가득 메운 2,000여명의 SK 직원들이 단체 응원복을 맞춰 입고 손수 만든 피켓과 응원구호를 선보이자 체육관 안은 실제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불케 할 만큼 후끈 달아올랐다.
최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오디션 열풍'이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룹 내 전계열사 임직원들이 참가하는 오디션 이벤트를 통해 구성원들의 사기진작은 물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슈퍼스타 SK'는 SK가 최근 케이블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에서 착안해 만든 행사다. 실제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5개월간의 치열한 지역별 예선을 통과한 15개팀 가운데 최종예선을 거쳐 살아남은 7개팀 만이 결선에 진출했다. 이들은 다시 3주간의 트레이닝 기간을 거쳐 결선무대에 올랐다. 특히 결선에는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씨와 히트 작곡가 윤일상씨가 김신배 SK 부회장과 함께 전문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오디션의 열기를 더했다.
SK가 올해 처음 기획한 이 행사는 5월부터 그룹 차원에서 시행 중인 '나=SK' 캠페인의 일환이다. 그룹 내 전계열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디션을 통해 SK 구성원이라는 자부심과 일체감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더욱이 올해 초 하이닉스 인수를 계기로 그룹의 몸집이 더욱 커진 만큼 구성원 간 소통 강화 차원에서도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오디션에 대한 구성원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예선에만 모두 421개팀, 552명이 참가해 예선 통과 경쟁률만 30대1에 달했다. 특히 전체 참가팀 가운데 40%에 달하는 약 170개팀이 하이닉스 소속일 정도로 새 식구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날 결선의 우승자는 SK하이닉스의 백태선씨에게 돌아갔고 부상으로 1,000만원 상당의 SK상품권과 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이 주어졌다. SK는 '슈퍼스타 SK'를 매년 정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디션 열풍은 SK그룹뿐만이 아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삼성그룹의 사내 오디션 이벤트인 '슈퍼스타 S'는 이제 삼성인들 사이에서 손꼽아 기다려지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6월 열린 결선에는 81개 계열사에서 온 2,400여명의 예선 참가자 가운데 12팀이 최종무대에 올라 실력을 뽐냈다. 삼성은 앞으로도 매년 '슈퍼스타 S'를 열고 규모도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이 밖에 LG전자도 7월 창원공장에서 사원들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오디션 '스타탄생 HA'를 열었으며 CJ푸드빌 계열의 빕스는 지난해 말 오디션 형식의 이색 종무식 '슈퍼스타V'를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도 저마다 구성원 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전계열사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일 수 있는 오디션 이벤트가 인기"라며 "이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진작은 물론 소속감을 높이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