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 향기] 신비의 돌‘제올라이트’ 나노미터 크기구멍 뚫려있어 '레고블록'처럼 활용 무궁무진 글=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지난 1756년 광물을 연구하던 크롱스테드는 채취한 돌을 깨서 태우기도 하고 얼려도 보며 다양한 실험을 했다. 그런데 돌에 열을 가하자 수증기가 생기는 신기한 돌을 발견했다. 그는 이 돌에 ‘끓는 돌’의 의미로 ‘제올라이트(zeolite)’라는 이름을 붙였다. 크롱스테드가 발견한 제올라이트는 내년 한국인 최초 우주인과 함께 우주에 간다. 우주인의 실험 과제로 ‘균일한 크기와 모양의 제올라이트 만들기’가 당당히 선정된 것이다. 우주에는 중력이 없어 지상에서 만들 수 없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얼마나 중요한 돌이기에 우주인의 실험 과제로 선정됐을까. 제올라이트는 수nm(나노미터) 지름의 구멍이 수없이 많이 뚫려 있는 돌을 말한다. 크롱스테드가 발견한 천연 제올라이트의 구멍 속에는 물이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가열했을 때 수증기가 생긴 것이다. 예전에 천연 제올라이트가 풍부한 이탈리아에서는 제올라이트로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고 살았다. 제올라이트의 미세한 구멍이 여름에는 습기를 빨아들여 방 안을 쾌적하게 하고 겨울에는 공기를 채워 실내온도를 따뜻하게 해준다. 1900년대 중반 이후 합성 제올라이트가 생산됐다. 합성 제올라이트는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 더욱 유리하다. 제올라이트는 나노 크기의 작은 구멍에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다양한 유기물질을 붙일 수 있어 촉매로 사용된다. 병원에서 나노 크기의 바이러스를 검출할 때 제올라이트를 쓴다. 게다가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제올라이트 덩어리를 잘 배열하면 전혀 다른 성질의 합성물질을 만들 수 있다. 구멍의 배치가 달라지면 구멍에 들어갈 수 있는 물질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올라이트를 ‘레고 블록’처럼 쌓아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있다. 또 제올라이트는 규칙적인 모양과 구멍을 가진 구조물이기 때문에 구멍에 어떤 물질을 넣느냐에 따라 물질의 특성과 용도가 달라진다. 또 수분이나 양분을 넣으면 토양보습제로 쓸 수 있고 반도체를 집어넣으면 광컴퓨터나 광통신의 스위치가 되는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서강대 화학과 윤경병 교수는 정제된 제올라이트 합성법으로 의류회사와 함께 섬유에 은나노 입자를 가진 제올라이트를 붙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제올라이트의 구멍이 100만개쯤 돼 연구에 빠져 헤어나기 어렵다”고 농담을 던지는 윤 교수의 말처럼 제올라이트가 다음에는 어떤 기능을 흡착할지 기대된다. 입력시간 : 2007/08/15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