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소 IT기업 해외 진출 지원 강화해야
이미영
이미영
과거 수십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해온 우리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수준에서 벌써 몇 년째 정체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이미 국내경제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정보기술(IT)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내수만으로는 성장에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의 핵심은 국내의 우수한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우리 경제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의 성공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 IT가 화두로 대두되면서 우수한 엔지니어 인력의 확보를 통해 국제적인 기술경쟁력을 갖춘 중소 벤처기업들이 다수 출현하게 됐다. 이들은 과거 대기업에 의해 주도된 국내 산업발전의 또 다른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의 반도체ㆍ휴대폰ㆍ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괄목할 만한 성공은 국내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중소기업들을 통한 부품의 국산화 덕분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룩한 중소기업들의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중소기업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이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같은 경험 및 자금력을 축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첫째, 제품의 상품화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해외 기업들과의 거래에 있어서는 제품의 홍보가 상당 부분 다큐멘테이션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으나 인력이 제한된 중소기업으로서는 홍보기능을 갖추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개발된 제품을 적시에 해외에 알리려면 체계적 다큐멘테이션을 대행해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계약단계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제품홍보를 통해 비록 계약단계까지 갈지라도 많은 경우 불평등한 계약을 맺게 된다. 고비용의 국제계약 관련 법률자문을 감당하기 힘든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계약서상의 세부조항은 검토하지 못한 채 해외기업들이 요구하는 대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계약 상대편의 신용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조건을 차별화할 수 있도록 법률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제품을 납품하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자금흐름상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지원이 필요하다. 해외수출 계약은 국내계약보다 계약금액이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신용만으로는 자금회전을 위한 대출이 불가능하다.
정확한 거래처에 안정적인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 비록 담보가 없어도 신용만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해주는 수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 정책적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기업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변화다.
중소기업이 더 이상 대기업의 종속적 파트너로 인식돼서는 곤란하다. 특히 제품의 상용화 단계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제품을 공급받는 풍토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또한 우선 많은 제품들이 무형의 로열티로 구성된 IT산업의 특성상 국내기업들에 대한 정당한 로열티 지급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기업들은 해외기업들에는 기꺼이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으나 국내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용역형식으로 제품에 대한 영구사용권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많은 우수한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성장기반을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대기업의 후발주자에 대한 암묵적인 진입금지 조치들이 사라져야 할 것이다. 특히 내수시장 규모가 작은 경우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경쟁력에 관계없이 줄서기를 강요당하게 된다. 이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출현을 방해하는 커다란 장애요인이 아닐 수 없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달성은 장기 비전을 갖고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미 성장기반을 마련한 분야에서 충분한 성과가 이뤄지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IT산업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국내에서, 해외에서 우리 경제의 새로운 견인차로서 역할을 담당하기를 기대해본다.
입력시간 : 2004-10-06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