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원산지 증명 등 급한데… 자칫 밥상만 차려놓고 못먹을 판"

美 요구, EU와 달리 복잡 中企서류준비 등 쉽잖아<br>관련부처 비준안 매달려 교육 사실상 손도 못대

인천 남동공단의 한 전자부품 업체 직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중소 업체의 수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국회의 여야 대치가 심화되면서 상당수 수출 중기가 경영계획에 혼선을 빚고 있다. /서울경제DB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과정의 정치적 혼란으로 발효 이후 우리 기업이 관세인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면 관세인하분을 품질 제고 및 마케팅에 효과적으로 적용해 중국ㆍ일본ㆍ대만 등 경쟁국보다 우위에 설 수 있지만 반대로 우왕좌왕하다가는 시장선점 효과를 놓치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실제 우리나라와 아세안(29%), 인도(16%)사이에 발효된 FTA 적용률이 30%도 되지 않으며 지난 7월 발효된 한ㆍ유럽연합(EU) FTA는 61% 수준에 그친다. 자칫 미국과의 FTA에서도 밥상을 차려놓고 떠먹지 못하는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의 비준동의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수출 중소기업은 경영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을 뿐 아니라 FTA 활용에 대한 준비도 못하고 있다. 막연히 FTA가 발효되면 신규 수요가 증가해 수출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홍식 고려대 교수는 "원산지 규정이 가장 중요한데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해외법인이 있는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은 모를 수밖에 없다"며 "KOTRA나 무역협회 등을 통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작업과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인지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FTA 발효 후 특혜관세를 적용 받기 위해서는 한국산임을 증명하는 '원산지증명서'를 발급 받아 세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협정을 맺은 국가에 따라 발급 방식이 자율증명(수출업자가 자율적으로 작성ㆍ발급)과 기관증명(증명서 발급권한이 부여된 기관에서 발급)으로 나뉘고 자동차ㆍ전자ㆍ의류 등 산업에 따라 원산지 기준(원재료가 차지하는 국내산 비중)을 매기는 방식도 달라 개별 중소기업은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지만 FTA 발효 자체가 불투명하다 보니 기업으로서는 제대로 준비를 못하고 있다. 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원산지 인증만 받으면 되는 한ㆍEU FTA와 달리 미국은 국내 생산설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도 제출해야 하는데 개별 업체는 이를 잘 모르고 자체적으로 제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정부 관련 부처가 설명회 등을 통해 이에 대한 교육ㆍ홍보를 강화해야 하는데 비준안 처리에 매여 있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디젤엔진용 부품을 생산하는 한 금속업체 관계자는 "EU 때도 담당자 교육이 안 돼 혼선이 심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서류 준비 등에 대한 교육 없이 무작정 발효되면 알아서 하라는 꼴"이라고 밝혔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80%인 자동차 금형 전문업체 티엘테크의 안용준 사장은 "원산지 증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내용도 복잡해 대비하기 힘든데 오히려 해외 고객들이 왜 준비하지 않느냐고 이야기를 꺼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수출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하루 빨리 FTA가 발효됐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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