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 제한과 강제 휴무 등으로 성장 한계에 봉착한 국내 대형마트들이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연간 수조원 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수억원의 비용이라도 아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할 만큼 제로성장의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해 12월부터 매장 천장의 가격 고지물과 현수막을 없앴다. 직원들의 불필요한 작업 및 과도한 출력물로 인한 비용을 줄인다는 취지다. 이마트는 천장 가격 고지물과 현수막 제거로 연간 80억 원 가량의 비용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 측 관계자는 "이는 이른바 '버리는 경영'의 일환"이라며 "대표적인 홍보수단을 버리면서까지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의 특징적인 비용절감 사례로는 자율 포장대의 '가위 없애기'. 지난 해 6월부터 가위 대신 국내 중소기업인 신기상사와 공동 개발한 고정 테이프 절단기로 교체, 연간 1,200만원 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고정 테이프 절단기는 상품 자체를 재구매해야 하는 가위와 달리 날만 교체해 사용할 수 있고 분실 우려도 없다"며 "자율 포장대에서 소모되던 테이프 량도 종전의 하루 평균 150개에서 15%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전 점포에서 사용하는 테이프 비용이 7억 원인 점을 감안할 때 1억 원 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다.
롯데마트는 앞서 2011년 8월부터 수산코너의 대표적 소모품인 고무장갑을 한 쪽씩 주문하고 있다. 이로써 연간 1,2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또 같은 해 12월에는 자율 포장대 포장끈 두께를 기존 2.5cm에서 1.7cm로 줄이는 방식으로 연간 1억 원 가량의 비용을 아끼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잇단 규제에 따른 수익성 약화라는 위기를 직원 아이디어에서 찾아낸 비용 절감 방법으로 이겨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마트들은 연말까지 전 점포가 일요일 강제 휴무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어 갈수록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롯데마트는 전체 105개 점포(마장휴게소점 제외) 가운데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쉬는 곳이 62곳. 37개 점포는 수요일에 자율 휴무에 들어가고 나머지 5곳은 다른 요일에 쉬고 있다. 이마트는 146개 점포 중 89곳이 일요일에 의무 휴무하며 나머지 57곳은 점포별로 쉬는 날이 각기 다르다.
체인스토어협회 측 관계자는 "올 초 '일요일 2회 의무 휴무' 법률안이 통과됨에 따라 현재 각 대형마트들은 의무 휴무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100% 일요일에 쉬는 건 아니다"며 "대형마트들이 올 연말까지 각 지방자치단체와 시장 등과 협의해 쉬는 날을 확정하고 있는 단계인데 대부분이 일요일로 정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도"앞으로 일요 휴무를 하는 매장이 늘어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뭐라도 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