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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지식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적인 천착으로 시대정신을 간파해 재판을 해야 합니다."
임기를 마친 신영철(61·사법연수원 8기·사진) 대법관은 17일 퇴임사에서 후배 판사에게 폭넓은 식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신 대법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최근 사건이 매우 복잡해져 흑백이나 좌우 등 단선적인 논리로 쉽게 재단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신 대법관은 "법원이 소수자와 경제적 약자를 더 배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사건에 따라서는 어느 것이 소수자나 경제적 약자를 위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자를 옹호하는 것으로 보이는 판결이 다른 약자의 권리 신장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며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법률 지식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적인 천착을 계속해 시대정신을 간파할 수 있는 폭넓은 시야와 식견을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 대법관은 지난 6년간의 대법관 임기를 돌아보며 "장기간 법관으로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업무 수행에 최선을 다했다"며 "건전한 상식을 가진 한 보편적인 인간으로 사고할 뿐만 아니라 치열한 프로 정신으로 무장한 전문가로 손색이 없는 재판을 하기 위해 제가 가진 시간을 온전히 다 썼다고 자부한다"고 자평했다.
신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08년 10~11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관련자 재판을 맡은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신속한 재판 진행을 주문하는 e메일을 여러 차례 보낸 사실이 2009년 2월 뒤늦게 밝혀지면서 '촛불재판 개입 파문'을 일으켰다.
한편 신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당분간 대법관 공백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 대법관의 후임으로 양승태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박상옥 후보자에 대해 '박종철 수사 검사' 전력, '물고문 경찰' 봐주기 수사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은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